월트디즈니가 그랬듯, 영화나 시리즈(드라마) 제작사가 히트한 캐릭터 및 콘텐츠를 활용해 이를 상품화하는 것은 그리 색다른 행보는 아닙니다.
넷플릭스 역시 2016년 ‘기묘한 이야기(Stranger Things)’를 시작으로 콘텐츠 브랜디드(contents branded : 콘텐츠를 브랜드화한) 상품을 출시해 왔습니다.
코카콜라, 베스킨라빈스, 맥(MAC) 등 유명 제조사들과의 콜라보레이션 전략은 매우 성공적이었고, 이후 ‘위처(Witcher), ‘브리저튼(Bridgerton), ‘오징어 게임(Squid Games)’과 같은 작품으로 상품개발이 확대되었죠.
그러다 2021년 6월, 넷플릭스는 ‘넷플릭스 숍(Netflix.shop)’이라는 자사몰을 오픈하고, 직접 판매까지 하겠다고 나섭니다. 넷플릭스는 자체 온라인쇼핑몰을 론칭하면서 “넷플릭스의 브랜드 및 시리즈와 연계해 고품질 의류와 라이프스타일 제품을 ‘독점 한정판’으로 개발해 판매할 것”이라고 밝혔어요. 즉, 넷플릭스 숍의 콘셉트는 ‘리미티드 에디션에 특화’된 쇼핑몰이었어요.
- 넷플릭스는 자사몰 ‘넷플릭스 숍’을 통해 한정판 제품들을 독점 판매하고 있습니다.
월마트 속 디지털 스토어 ‘넷플릭스 허브’ 론칭
자사몰 론칭 4개월 후인 2021년 10월, 넷플릭스는 월마트 온라인쇼핑몰 안에도 숍인숍 형태의 디지털 매장을 열게 됩니다. 월마트는 월마트닷컴에 '넷플릭스 허브(The Netflix Hub)'라는 하위 사이트를 신설해 넷플릭스에서 가장 인기있는 시리즈의 독점상품들을 판매하기 시작했어요. 음반, 의류, 장난감, 게임 등 다양한 카테고리를 취급했죠.
월마트와 넷플릭스의 제휴는 더욱 강화되어 2022년 10월부터는 월마트 전국 매장에 넷플릭스 기프트 카드와 일부 시리즈의 세트 상품을 판매하기 시작했어요.
- 2021년 10월, 넷플릭스는 월마트닷컴 안에 ‘넷플릭스 허브’를 론칭했습니다.
이어 2022년 4월에는 영국 아스다와 공동 브랜딩 상품을 만들어 오프라인 매장에서 선보였어요.
아스다는 의류 PB(Private Brand)인 조지(George) 라인에 ‘오징어게임’, ‘기묘한 이야기’, ‘에밀리 파리에 가다’와 같은 넷플릭스 콘텐츠를 입혀 상품화했고, 의류들은 넷플릭스 온라인 매장과 전국 아스다 오프라인 매장에서 판매됐어요. 당시 아스다 매장에는 넷플릭스 전용 탈의실도 마련됐죠.
- 영국 아스다 매장에서 판매되고 있는 넷플릭스 제휴 상품들(사진 : 아스다 홈페이지)
우리나라에서는 GS리테일이 가장 먼저 넷플릭스와의 공동 브랜딩 작업을 시작했습니다.
GS25는 팝콘, 핫도그, 맥주, 믹스넛 등 4종의 상품을 넷플릭스와 공동 개발하고 이달 14일부터 1만 7천 개 전국 매장에서 판매하기 시작했습니다.
특히 맥주는 국내 제주맥주와 협업, '넷플릭스 제주라거'라는 상품명으로 출시됐어요.
- GS25는 넷플릭스와 4종의 상품을 공동 개발하고, 6월부터 판매에 들어갔어요.
넷플릭스가 상품 판매에 공들이는 이유는?
넷플릭스가 이렇듯 최근 2년 사이 상품화와 판매사업에 바싹 힘을 쏟고 있는 이유는 3가지로 요약됩니다.
첫째, 가파르게 상승곡선을 그리던 넷플릭스 성장률에 제동이 걸렸습니다.
코로나 팬데믹은 넷플릭스에게 더 없는 호재였어요. 집안에 머무는 시간이 몇 배나 늘어난 사람들이 넷플릭스로 몰려 들었거든요. 하지만, 엔데믹과 함께 넷플릭스 호황은 끝이 났어요.
실제 2020년 넷플릭스 신규 회원수는 전년대비 31.4% 증가했지만, 2021년과 2022년에는 연속 50% 넘게 역신장했어요(그림 1 참고). 그 영향은 매출에 그대로 반영됐어요. 2020년 24.7%였던 매출 성장률은 2021년에는 19.2%로 낮아졌고, 지난해에는 6.6%로 뚝 떨어졌어요(표 1 참고).
주가도 곤두박질쳤습니다. 2022년 1월 21일, 넷플릭스의 주가는 단 하루만에 21.8% 급락하더니 500달러대였던 주가가 4개월 만에 160달러선으로 내려가면서 3분의 1토막이 납니다.
이러한 실적 악화에는 경쟁사들의 추격도 영향을 미쳤습니다. 2019년 11월, 콘텐츠 왕국인 디즈니가 OTT 서비스 ‘디즈니플러스’를 론칭했고,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도 오리지널 콘텐츠를 확대하며 회원 빼앗기 경쟁에 가세했습니다. 이어 지난해에는 월마트도 파라마운트사와의 제휴를 통해 멤버십 회원들에게 OTT 서비스를 제공하기 시작했어요.
이렇게 성장폭이 둔화되고 산업 내 경쟁은 치열해지면서 넷플릭스는 구독료 외에 추가 성장을 담보해줄 수익 창구가 필요해진 것이죠.
자료 : 넷플릭스 연간보고서
자료 : 넷플릭스 연간보고서
두 번째 이유는 시장의 성장성입니다.
미디어 콘텐츠를 활용한 커머스 시장은 지속적으로 확대되고 있어요.
미국 조사기관 리포트링커(ReportLinker)에 따르면, 전세계 TV와 영화 상품 시장은 향후 5년간 연평균 9.04%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며, 2027년에는 905억 달러(한화 약 120조) 규모를 형성할 전망입니다. 이커머스 시장의 확대, 스마트폰의 확산, 프로그램의 흥행과 팬심이 이러한 성장의 동인이 되고 있어요.
지금과 같은 저성장 시대에 연평균 9% 이상 성장하는 산업을 찾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미디어 커머스 시장의 핵심 자산인 콘텐츠를 장악하고 있는 넷플릭스가 이런 시장을 그냥 두고 볼 리 없죠.
그림 2 : 글로벌 TV&영화 머천다이징 시장 성장성
|
| 향후 5년간 연평균 9.04% 성장 9.04% |
| 2027년 905억 달러 규모로 성장 905억 달러 약 120조 |
자료 : ReportLinker |
마지막 세 번째 이유는 넷플릭스가 가장 잘 할 수 있는 분야라고 자신하기 때문입니다.
전문가들은 최근의 콘텐츠 상품화 흐름이 1977년 스타워즈 출시 직후 나타났던 상품화 붐과 유사하다고 말합니다. 자신이 좋아하는 영화나 시리즈물 속의 캐릭터에 열광하고, 그러한 팬심이 해당 브랜드 상품 구입이라는 참여로 이어지죠. 콘텐츠에 열광하는 팬들이 걸어 다니는 광고판 역할을 합니다.
이렇듯 미디어 브랜드는 콘텐츠 인기만으로 판매가 잘 이루어지기 때문에 큰 비용을 투자하지 않아도 결과와 수익을 얻어낼 수 있다는 이점이 있습니다.
넷플릭스는 기묘한 이야기로 그 가능성을 처음 봤어요. 자사가 보유하고 있는 콘텐츠를 통해 커머스까지 아우르는 디지털 제국을 구축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게 됐죠.
문화계에서도 ‘하우스오브카드(House of Cards)’를 시작으로 꾸준히 오리지널 콘텐츠를 제작하고 있는 넷플릭스의 영향력은 더욱 강해지고 있습니다. 넷플릭스는 오리지널 콘텐츠로 800개 이상의 어워드 후보에 올랐고 아카데미, 에미상을 포함 250개 이상의 상을 받았습니다. ‘더 크라운(The Crown)’은 129개의 상을 보유한 작품입니다.
이렇게 흥행과 작품성을 동시에 갖춘 콘텐츠 리스트들을 차곡차곡 쌓아온 넷플릭스가 이를 자산으로 한 상품 판매 사업을 강화하는 것은 당연해 보입니다.
그림 3 : 넷플릭스의 콘텐츠 상품화의 성공 공식
브랜드 기업들이 넷플릭스와 협업하는 이유는?
전세계 2억 3천 명 소비자들에게 자사 브랜드와 상품을 노출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기기 때문입니다.
스포츠용품 자이언트인 나이키(NIKE)는 지난해 12월, 넷플릭스에 운동 프로그램인 NTC(Nike Training Club) 콘텐츠를 선보였습니다. 나이키는 최근 소매업체와의 거래를 줄이고 자사몰을 키워 소비재 업계의 D2C(Direct to Consumer) 붐을 일으킨 바 있죠. 소비자와 직접 거래로 중간마진은 줄일 수 있었지만, 지속적인 브랜드 노출이 필요한 나이키로서는 더 넓은 타깃에 다가가기 위한 채널로 넷플릭스가 최적의 파트너였죠.
고객의 연령, 성별로 어떤 운동 프로그램에 관심있는지에 대한 데이터를 얻는 것 역시 나이키의 미래 전략에 도움이 되는 요소였습니다. 넷플릭스 역시 경쟁사와의 콘텐츠 차별화를 위해 나이키의 운동 프로그램이 필요했습니다.
이렇듯 넷플릭스와 나이키의 협업은 각 분야의 혁신적 선두주자라는 점에서 양측 모두에게 훌륭한 공동 브랜딩이 되었고, 두 회사는 향후 스포츠용품을 공동 제작할 계획도 밝혔습니다.
링크드인 통해 스타트업에 협업 요청
그동안 유명 제조사 중심으로 협업해 왔던 넷플릭스는 스타트업에도 손을 내밀며 파트너십의 반경을 넓히고 있습니다.
올해 5월, 넷플릭스는 무알코올 맥주 회사인 애슬레틱 브루잉(Athletic Brewing)과 협업으로 3개의 공동 브랜딩 상품을 만들겠다고 발표했어요. 그 첫 번째 상품은 ‘게롤츠 골드(Geralt's Gold)’라는 이름의 무알코올 맥주로, 넷플릭스의 판타지 드라마 위처(The Witcher)에 나오는 캐릭터 ‘리비아의 게롤트(Geralt of Rivia)’에서 영감을 받았습니다.
재미있는 것은 넷플릭스가 애슬레틱 브루잉사에 손을 내민 방식이었어요.
애슬레틱 브루잉 컴퍼니의 최고 마케팅 책임자 앤드류 카츠(Andrew Katz)는 “넷플릭스가 처음에 링크드인을 통해 협업을 하자며 연락을 취해왔다”고 밝히면서 자사와 넷플릭스는 요즘 ‘브랜드 로맨스’에 빠졌다고 표현했죠.
글로벌 1위 스트리밍 기업이 링크드인으로 협업의 문을 두드리다니, 참으로 넷플릭스다운 방식입니다. 우편으로 DVD를 대여해주는 지극히 오프라인 기반의 비즈니스를 영위했던 넷플릭스가 인터넷 스트리밍 서비스로 사업을 전환할 수 있었던 그 혁신성이 여전히 넷플릭스의 DNA로 남아 있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오프라인 직진출 테스트 가동중
넷플릭스는 지난해 10월, 로스앤젤레스 더 그루브(The Grove)에 넷플릭스 팝업스토어를 열고 처음으로 오프라인에 단독 진출했습니다.
약 1천 평 공간에 오징어 게임, 기묘한 이야기, 브리저튼, 코코메론 등의 시리즈를 상품화한 의류, 도서, 피규어 등을 진열했고, 오징어 게임의 ‘영희 인형’, 브리저튼의 ‘샬롯 왕비’ 등 유명한 넷플릭스 캐릭터의 조형물도 실물 크기로 설치했습니다.
- 넷플릭스 팝업 스토어에는 오징어 게임의 ‘영희 인형’ 조형물이 실물 크기로 설치돼 있습니다.
누구보다 강력한 브랜드 자산을 발판으로 넷플릭스는 이제 디지털을 넘어 이제 오프라인 영역에서도 고객들에게 몰입형 경험을 제공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죠.
이 팝업 스토어는 올 연말까지 운영될 예정이며, 그 반응과 성공 여부에 따라 향후 넷플릭스의 오프라인 전략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여집니다. 최근 넷플릭스 행보로 볼 때 조만간 로스앤젤레스나 라스베이거스에 넷플릭스 세계관을 담은 플래그십 스토어의 탄생을 기대해볼 수도 있지 않을까요?
넷플릭스의 최종 목적은 영화나 시리즈물을 뛰어넘는 더 큰 팬덤의 영역을 확립하고, 지속 성장하는 것에 있습니다. 아마존과 월마트가 고객만족을 위해 스트리밍 서비스를 제공하듯, 넷플릭스 역시 콘텐츠에서 시작되는 팬덤의 확장을 위해 어떤 사업이든 새로 시작할 준비가 돼 있는 것은 확실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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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윤은영 책임에디터 (eyyoon@korcham.net)
콘텐츠가 커머스화되는
넷플릭스 스토리텔링의 힘
글로벌 스트리밍 서비스 기업 ‘넷플릭스(Netflix)’가 자사의 콘텐츠를 활용한 상품 판매사업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전세계 OTT(Over The Top) 시장에서 점유율 45.2%로 압도적 1위를 차지하고 있는 넷플릭스는 왜 최근 들어 상품 판매에 힘을 쏟고 있는 것일까요?
월트디즈니가 그랬듯, 영화나 시리즈(드라마) 제작사가 히트한 캐릭터 및 콘텐츠를 활용해 이를 상품화하는 것은 그리 색다른 행보는 아닙니다. 넷플릭스 역시 2016년 ‘기묘한 이야기(Stranger Things)’를 시작으로 콘텐츠 브랜디드(contents branded : 콘텐츠를 브랜드화한) 상품을 출시해 왔습니다.
코카콜라, 베스킨라빈스, 맥(MAC) 등 유명 제조사들과의 콜라보레이션 전략은 매우 성공적이었고, 이후 ‘위처(Witcher), ‘브리저튼(Bridgerton), ‘오징어 게임(Squid Games)’과 같은 작품으로 상품개발이 확대되었죠.
그러다 2021년 6월, 넷플릭스는 ‘넷플릭스 숍(Netflix.shop)’이라는 자사몰을 오픈하고, 직접 판매까지 하겠다고 나섭니다. 넷플릭스는 자체 온라인쇼핑몰을 론칭하면서 “넷플릭스의 브랜드 및 시리즈와 연계해 고품질 의류와 라이프스타일 제품을 ‘독점 한정판’으로 개발해 판매할 것”이라고 밝혔어요. 즉, 넷플릭스 숍의 콘셉트는 ‘리미티드 에디션에 특화’된 쇼핑몰이었어요.
월마트 속 디지털 스토어 ‘넷플릭스 허브’ 론칭
자사몰 론칭 4개월 후인 2021년 10월, 넷플릭스는 월마트 온라인쇼핑몰 안에도 숍인숍 형태의 디지털 매장을 열게 됩니다. 월마트는 월마트닷컴에 '넷플릭스 허브(The Netflix Hub)'라는 하위 사이트를 신설해 넷플릭스에서 가장 인기있는 시리즈의 독점상품들을 판매하기 시작했어요. 음반, 의류, 장난감, 게임 등 다양한 카테고리를 취급했죠.
월마트와 넷플릭스의 제휴는 더욱 강화되어 2022년 10월부터는 월마트 전국 매장에 넷플릭스 기프트 카드와 일부 시리즈의 세트 상품을 판매하기 시작했어요.
이어 2022년 4월에는 영국 아스다와 공동 브랜딩 상품을 만들어 오프라인 매장에서 선보였어요.
아스다는 의류 PB(Private Brand)인 조지(George) 라인에 ‘오징어게임’, ‘기묘한 이야기’, ‘에밀리 파리에 가다’와 같은 넷플릭스 콘텐츠를 입혀 상품화했고, 의류들은 넷플릭스 온라인 매장과 전국 아스다 오프라인 매장에서 판매됐어요. 당시 아스다 매장에는 넷플릭스 전용 탈의실도 마련됐죠.
우리나라에서는 GS리테일이 가장 먼저 넷플릭스와의 공동 브랜딩 작업을 시작했습니다.
GS25는 팝콘, 핫도그, 맥주, 믹스넛 등 4종의 상품을 넷플릭스와 공동 개발하고 이달 14일부터 1만 7천 개 전국 매장에서 판매하기 시작했습니다. 특히 맥주는 국내 제주맥주와 협업, '넷플릭스 제주라거'라는 상품명으로 출시됐어요.
넷플릭스가 상품 판매에 공들이는 이유는?
넷플릭스가 이렇듯 최근 2년 사이 상품화와 판매사업에 바싹 힘을 쏟고 있는 이유는 3가지로 요약됩니다.
첫째, 가파르게 상승곡선을 그리던 넷플릭스 성장률에 제동이 걸렸습니다.
코로나 팬데믹은 넷플릭스에게 더 없는 호재였어요. 집안에 머무는 시간이 몇 배나 늘어난 사람들이 넷플릭스로 몰려 들었거든요. 하지만, 엔데믹과 함께 넷플릭스 호황은 끝이 났어요.
실제 2020년 넷플릭스 신규 회원수는 전년대비 31.4% 증가했지만, 2021년과 2022년에는 연속 50% 넘게 역신장했어요(그림 1 참고). 그 영향은 매출에 그대로 반영됐어요. 2020년 24.7%였던 매출 성장률은 2021년에는 19.2%로 낮아졌고, 지난해에는 6.6%로 뚝 떨어졌어요(표 1 참고).
주가도 곤두박질쳤습니다. 2022년 1월 21일, 넷플릭스의 주가는 단 하루만에 21.8% 급락하더니 500달러대였던 주가가 4개월 만에 160달러선으로 내려가면서 3분의 1토막이 납니다.
이러한 실적 악화에는 경쟁사들의 추격도 영향을 미쳤습니다. 2019년 11월, 콘텐츠 왕국인 디즈니가 OTT 서비스 ‘디즈니플러스’를 론칭했고,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도 오리지널 콘텐츠를 확대하며 회원 빼앗기 경쟁에 가세했습니다. 이어 지난해에는 월마트도 파라마운트사와의 제휴를 통해 멤버십 회원들에게 OTT 서비스를 제공하기 시작했어요.
이렇게 성장폭이 둔화되고 산업 내 경쟁은 치열해지면서 넷플릭스는 구독료 외에 추가 성장을 담보해줄 수익 창구가 필요해진 것이죠.
구분
2019년
2020년
2021년
2022년
매출액(백만 달러)
영업이익(백만 달러)
영업이익률(%)
회원 수(명)
자료 : 넷플릭스 연간보고서
그림 1 : 넷플릭스 신규 회원 수 추이
자료 : 넷플릭스 연간보고서
두 번째 이유는 시장의 성장성입니다.
미디어 콘텐츠를 활용한 커머스 시장은 지속적으로 확대되고 있어요.
미국 조사기관 리포트링커(ReportLinker)에 따르면, 전세계 TV와 영화 상품 시장은 향후 5년간 연평균 9.04%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며, 2027년에는 905억 달러(한화 약 120조) 규모를 형성할 전망입니다. 이커머스 시장의 확대, 스마트폰의 확산, 프로그램의 흥행과 팬심이 이러한 성장의 동인이 되고 있어요.
지금과 같은 저성장 시대에 연평균 9% 이상 성장하는 산업을 찾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미디어 커머스 시장의 핵심 자산인 콘텐츠를 장악하고 있는 넷플릭스가 이런 시장을 그냥 두고 볼 리 없죠.
그림 2 : 글로벌 TV&영화 머천다이징 시장 성장성
9.04%
905억 달러 약 120조
마지막 세 번째 이유는 넷플릭스가 가장 잘 할 수 있는 분야라고 자신하기 때문입니다.
전문가들은 최근의 콘텐츠 상품화 흐름이 1977년 스타워즈 출시 직후 나타났던 상품화 붐과 유사하다고 말합니다. 자신이 좋아하는 영화나 시리즈물 속의 캐릭터에 열광하고, 그러한 팬심이 해당 브랜드 상품 구입이라는 참여로 이어지죠. 콘텐츠에 열광하는 팬들이 걸어 다니는 광고판 역할을 합니다.
이렇듯 미디어 브랜드는 콘텐츠 인기만으로 판매가 잘 이루어지기 때문에 큰 비용을 투자하지 않아도 결과와 수익을 얻어낼 수 있다는 이점이 있습니다.
넷플릭스는 기묘한 이야기로 그 가능성을 처음 봤어요. 자사가 보유하고 있는 콘텐츠를 통해 커머스까지 아우르는 디지털 제국을 구축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게 됐죠.
문화계에서도 ‘하우스오브카드(House of Cards)’를 시작으로 꾸준히 오리지널 콘텐츠를 제작하고 있는 넷플릭스의 영향력은 더욱 강해지고 있습니다. 넷플릭스는 오리지널 콘텐츠로 800개 이상의 어워드 후보에 올랐고 아카데미, 에미상을 포함 250개 이상의 상을 받았습니다. ‘더 크라운(The Crown)’은 129개의 상을 보유한 작품입니다.
이렇게 흥행과 작품성을 동시에 갖춘 콘텐츠 리스트들을 차곡차곡 쌓아온 넷플릭스가 이를 자산으로 한 상품 판매 사업을 강화하는 것은 당연해 보입니다.
그림 3 : 넷플릭스의 콘텐츠 상품화의 성공 공식
브랜드 기업들이 넷플릭스와 협업하는 이유는?
전세계 2억 3천 명 소비자들에게 자사 브랜드와 상품을 노출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기기 때문입니다.
스포츠용품 자이언트인 나이키(NIKE)는 지난해 12월, 넷플릭스에 운동 프로그램인 NTC(Nike Training Club) 콘텐츠를 선보였습니다. 나이키는 최근 소매업체와의 거래를 줄이고 자사몰을 키워 소비재 업계의 D2C(Direct to Consumer) 붐을 일으킨 바 있죠. 소비자와 직접 거래로 중간마진은 줄일 수 있었지만, 지속적인 브랜드 노출이 필요한 나이키로서는 더 넓은 타깃에 다가가기 위한 채널로 넷플릭스가 최적의 파트너였죠.
고객의 연령, 성별로 어떤 운동 프로그램에 관심있는지에 대한 데이터를 얻는 것 역시 나이키의 미래 전략에 도움이 되는 요소였습니다. 넷플릭스 역시 경쟁사와의 콘텐츠 차별화를 위해 나이키의 운동 프로그램이 필요했습니다.
이렇듯 넷플릭스와 나이키의 협업은 각 분야의 혁신적 선두주자라는 점에서 양측 모두에게 훌륭한 공동 브랜딩이 되었고, 두 회사는 향후 스포츠용품을 공동 제작할 계획도 밝혔습니다.
링크드인 통해 스타트업에 협업 요청
그동안 유명 제조사 중심으로 협업해 왔던 넷플릭스는 스타트업에도 손을 내밀며 파트너십의 반경을 넓히고 있습니다.
올해 5월, 넷플릭스는 무알코올 맥주 회사인 애슬레틱 브루잉(Athletic Brewing)과 협업으로 3개의 공동 브랜딩 상품을 만들겠다고 발표했어요. 그 첫 번째 상품은 ‘게롤츠 골드(Geralt's Gold)’라는 이름의 무알코올 맥주로, 넷플릭스의 판타지 드라마 위처(The Witcher)에 나오는 캐릭터 ‘리비아의 게롤트(Geralt of Rivia)’에서 영감을 받았습니다.
재미있는 것은 넷플릭스가 애슬레틱 브루잉사에 손을 내민 방식이었어요.
애슬레틱 브루잉 컴퍼니의 최고 마케팅 책임자 앤드류 카츠(Andrew Katz)는 “넷플릭스가 처음에 링크드인을 통해 협업을 하자며 연락을 취해왔다”고 밝히면서 자사와 넷플릭스는 요즘 ‘브랜드 로맨스’에 빠졌다고 표현했죠.
글로벌 1위 스트리밍 기업이 링크드인으로 협업의 문을 두드리다니, 참으로 넷플릭스다운 방식입니다. 우편으로 DVD를 대여해주는 지극히 오프라인 기반의 비즈니스를 영위했던 넷플릭스가 인터넷 스트리밍 서비스로 사업을 전환할 수 있었던 그 혁신성이 여전히 넷플릭스의 DNA로 남아 있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오프라인 직진출 테스트 가동중
넷플릭스는 지난해 10월, 로스앤젤레스 더 그루브(The Grove)에 넷플릭스 팝업스토어를 열고 처음으로 오프라인에 단독 진출했습니다.
약 1천 평 공간에 오징어 게임, 기묘한 이야기, 브리저튼, 코코메론 등의 시리즈를 상품화한 의류, 도서, 피규어 등을 진열했고, 오징어 게임의 ‘영희 인형’, 브리저튼의 ‘샬롯 왕비’ 등 유명한 넷플릭스 캐릭터의 조형물도 실물 크기로 설치했습니다.
누구보다 강력한 브랜드 자산을 발판으로 넷플릭스는 이제 디지털을 넘어 이제 오프라인 영역에서도 고객들에게 몰입형 경험을 제공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죠.
이 팝업 스토어는 올 연말까지 운영될 예정이며, 그 반응과 성공 여부에 따라 향후 넷플릭스의 오프라인 전략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여집니다. 최근 넷플릭스 행보로 볼 때 조만간 로스앤젤레스나 라스베이거스에 넷플릭스 세계관을 담은 플래그십 스토어의 탄생을 기대해볼 수도 있지 않을까요?
넷플릭스의 최종 목적은 영화나 시리즈물을 뛰어넘는 더 큰 팬덤의 영역을 확립하고, 지속 성장하는 것에 있습니다. 아마존과 월마트가 고객만족을 위해 스트리밍 서비스를 제공하듯, 넷플릭스 역시 콘텐츠에서 시작되는 팬덤의 확장을 위해 어떤 사업이든 새로 시작할 준비가 돼 있는 것은 확실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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