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RC 2024'가 지난 4월 16일부터 18일까지 프랑스 파리에서 열렸습니다. 까르푸, 이케아, 알리, 쉬인 등 글로벌 선도기업들이....
Issue | 글로벌 리테일 산업에서 주목해야 할 5가지 이슈 |
2024. 05. 08ㅣ 7 min read글 : 윤은영 책임 에디터(eyyoon@korcham.net)
'알디', '리들', '쉬인'...
주류로 편입한 초저가 소매기업들
- 글로벌 소매 중심에 선 하드 디스카운터
- 실시간 리테일 시대로 진입
- 미디어 소유주가 된 리테일러들
- 소매업계 AI 도입, 전방위 확산
- 순환경제모델 '리커머스'의 딜레마
글로벌 소매업계 리더들이 모여 주요 이슈에 대해 공유하는 대표적인 행사로 미국에 'NRF 빅쇼'가 있다면 유럽에는 '세계소매업회의(WRC ; World Retail Congress)'가 있습니다.
올해 'WRC 2024'는 지난 4월 16일부터 18일까지 프랑스 파리에서 열렸는데요. 까르푸(Carrefour), 이케아(IKEA), 알리익스프레스(AliExpress), 쉬인(Shein) 등 글로벌 선도기업의 경영진을 포함, 업계 종사자 8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현재 글로벌 소매업계 화두로 떠오르고 있는 주제들에 대해 담론을 펼쳤습니다.
AI와 함께 가장 많이 언급된 이슈는 역시 쉬인, 테무와 같은 중국 이커머스 기업들의 거센 공략과 빠른 확장이었어요.
'WRC 2024'에서 공유된 주요 이슈를 5가지로 요약 전달해 드립니다.
글로벌 리테일 5가지 이슈
| 초저가 전성시대, 공공의 적이 된 '알디' |
현재 글로벌 소매업계의 디스럽터(창조적 파괴자)가 '초저가 할인 업태'라는 점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습니다. 고물가, 경기불황 속에 소비자들이 가격에 더욱 민감해지면서 이들의 입지는 더욱 단단해졌어요.
오프라인 영역에서는 알디(Aldi)와 리들(Lidl)이, 온라인에서는 알리익스프레스(Aliexpress), 테무(Temu), 쉬인(Shein)이 공격적인 마케팅을 무기로 글로벌 시장에서 빠르게 점유율을 넓혀가고 있습니다.
이들 업체가 더욱 위협적인 이유는 갈수록 비즈니스 모델이 정교화되고 있기 때문인데요. 단순히 비용절감에만 매달리는 것이 아니라 지속가능한 수익창출과 시장점유율 확보를 우선 순위에 두고 기존 유통강자들과의 경쟁에서 우위를 갖기 위해 각자의 장점을 더욱 진화시키고 있습니다.
기존 전통 강자들은 가격인하로 맞불을 놓고, 로열티 제도를 정비하면서 초저가 업체들의 공세에 대응하고 있습니다.
영국에서는 테스코(Tesco)와 같은 시장의 선두기업들이 알디, 리들과 직접적인 가격경쟁을 벌이는 '프라이스 매칭(price-matching)' 캠페인을 전개하고 있어요.
세인즈베리(sainsbury's)의 '유어넥타프라이스(Your Nectar Prices)' 제도와 같이 초저가 업태들에 비해 더 많은 혜택을 주는 방향으로 강력한 로열티 제도를 구축하는 기업도 있습니다.
테스코는 수백 개 상품에 대해 알디 판매가보다 낮거나 같게 판매하는 가격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글로벌 진출을 확대하고 있는 알디와 리들은 매장 포맷은 물론, 상품구색과 상권 전략까지 현지 상황에 맞게 전개하면서 높은 운영 효율을 바탕으로 경쟁 우위를 확보하고 있어요. 미국에서 알디 매장은 지난 12년 사이 105% 성장했어요.
그런가 하면, 온라인 채널의 디스럽터인 쉬인과 테무는 유례없는 속도와 저가격으로 빠르게 점유율을 높여가고 있습니다. 인공지능과 같은 첨단기술을 활용해 유행하는 아이템을 신속하게 론칭하고, 고객 피드백을 바탕으로 빠르게 재생산하면서 효율적인 재고관리와 판매 극대화를 동시에 달성합니다.
틈새시장이었던 하드 디스카운터 스토어와 중국 초저가 이커머스 기업들은 이제 글로벌 소매업계의 주류로 편입됐을 뿐 아니라 모두의 적이 되었습니다.
이들 할인 업태들의 글로벌 확장세는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됩니다.
WRC에서는 소비자들의 가치 지향 욕구가 더욱 강해지고 있는 만큼 브랜드 이미지를 해치지 않는 선에서 가격적인 혜택을 고객에게 소구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합니다.
자료: 알디 미국
| 실시간 소매업, 피할 수 없는 속도 경쟁 |
글로벌 유통산업에 혁신 바람을 불어넣고 있는 중요한 개념 중 하나가 '실시간 소매업(Real-time retail) 모델'입니다.
실시간 소매업은 소매업체가 기술을 활용해 고객 행동과 시장 동향을 실시간으로 분석하고 이를 전략과 운영에 바로 반영하는 것을 말해요.
인공지능, 사물 인터넷, 고급분석과 같은 최첨단 기술들에 힘입어 소매업체들은 이전보다 훨씬 높은 수준의 정교함과 속도감을 확보할 수 있게 됐어요. 방대한 데이터를 유기적으로 통합 분석하고, 이를 실시간으로 추적한 트렌드와 결합함으로써 고객의 니즈에 빠르게 대응하고 이를 통해 매출도 극대화할 수 있게 됐죠.
실시간 소매업의 원리를 선도적으로 도입한 곳은 아마존입니다. 아마존은 고객 수요와 경쟁사 가격, 그리고 재고량에 따라 판매가를 실시간으로 최적화하는 '다이나믹 프라이싱 알고리즘'을 2012년부터 도입해 적용하고 있어요.
패스트패션 기업인 자라(Zara)와 H&M은 공급망 혁신을 통해 유행하는 패션 아이템을 신속하게 시장에 출시하는 전략으로 실시간 소매업 시대를 앞당겼습니다.
월마트 역시 2019년부터 AI 기반의 재고관리 시스템을 통해 실시간 소매업 모델을 적용하고 있습니다. 매장과 물류센터 내 재고 수준을 최적화하기 위해 과거 판매 데이터를 바탕으로 지역별 고객 수요, 날씨, 경제상황, 고객 트렌드 등을 종합적으로 분석해 자동으로 재고를 관리하는 시스템인데요. 그 정확도가 95%에 이르러 고객 수요에 실시간으로 대응하면서 재고와 비용도 줄이는 효과를 얻고 있습니다.
월마트는 AI 기반의 재고관리 시스템을 통해 실시간 소매업 모델을 적용하고 있습니다.
중국 패스트패션 기업 '쉬인' 같은 업체는 여기서 한 걸음 더 나갑니다.
쉬인은 인공지능을 기반으로 실시간 트렌드를 분석해 불과 3일 만에 최소 물량을 생산한 후 고객 반응을 거쳐 수요가 있는 제품만 시장에 재출시하는 방식으로 실시간 소매모델을 더욱 발전시켰습니다. 이러한 방식은 의류업계의 고질적인 문제인 재고를 최소화하고, 의류당 투입되는 비용을 절감하는 데 효과적입니다.
하지만, 실시간 소매업 모델에는 몇 가지 위험요소가 존재합니다. 다이나믹 프라이싱 방식은 수요가 많은 제품일수록 가격이 상승해 결국 고객이 불이익을 받을 수 있어요. 쉬인과 같은 울트라 패스트패션 기업들은 탄소 배출량을 높여 환경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고, 데이터 보안에도 취약하다는 우려가 꾸준히 제기되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실시간 소매업의 근간이 기술인 만큼 관련 인프라에 대한 상당한 투자와 전문인력에 대한 비용 부담도 만만치 않습니다. 알릭스파트너스(AlixPartners) 조사에 따르면 글로벌 소매기업 경영진의 68%가 생성AI에 투자하고 있지만 그 중 절반 이상이 직원들의 기술습득 속도보다 기술 변화 속도가 빨라 투자를 무용지물로 만들고 있다고 답했어요.
이렇듯 실시간 소매업은 고객경험과 기업의 성과를 높일 수 있는 강력한 모델이지만, 여러 위험요소를 동반하는 '양날의 검'이기도 합니다. 기업들은 기술 의존도가 높아지는 만큼 리스크 관리에도 더 힘써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쉬인은 인공지능을 기반으로 실시간 소매모델을 더욱 발전시켰습니다.
| 리테일미디어, 미디어 소유주가 된 리테일러들 |
소매업체가 협력업체에게 광고 공간을 제공함으로써 자산을 수익화하는 '리테일미디어'가 소매산업에서 전망있는 사업 분야로 정착하고 있습니다.
갈수록 치열해지는 업체간 경쟁, 그리고 판매가 인하 및 물가상승으로 인한 마진압박 속에 새로운 수익원을 찾아야 하는 소매기업들에게 리테일미디어는 돌파구가 되고 있어요.
소매업체들은 그동안 쌓아 온 고객 데이터와 트래픽을 자산 삼아 온라인 플랫폼은 물론 오프라인 매장을 활용해 적극적으로 수익화를 도모하기 시작했습니다.
특히 온라인 채널이 급성장하며 타격을 받았던 전통 유통강자들은 리테일미디어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공격적인 사업을 전개하고 있는데요. 월마트는 '월마트 커넥트(Walmart Connect), 타깃은 '라운델(Roundel)', 크로거는 '크로거 프레시전 마케팅(Kroger Precision Marketing)'이라는 이름으로 별도의 사업부를 만들어 광고사업에 가속 페달을 밟고 있습니다. 그 결과 지난해 월마트의 리테일미디어 사업부 매출은 전년대비 30% 상승하는 성과를 거두기도 했어요.
타깃의 리테일미디어 네트워크 '라운델'이 진행하는 다양한 광고 형태
리테일미디어는 고객의 구매여정마다 타깃형 할인혜택 및 제품추천 등 개인화된 쇼핑옵션을 제공하면서 매출을 극대화할 수 있다는 이점이 있습니다. 제조업체들 입장에서도 리테일미디어는 원하는 타깃층에 접근할 수 있고, 구매로 바로 연결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강력하면서도 효과 측정까지 가능한 광고채널이에요. 온라인 및 오프라인 광고 지출 수익률을 측정할 수 있는 상세 데이터를 제공받는 것도 큰 장점이죠.
리테일미디어는 수익성 높은 사업인 데다 몇 년 안에 소매사업 이익 기여도가 약 30%까지 높아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어요. 글로벌 미디어 투자사 '그룹M'에 따르면 2028년까지 전세계 디지털 리테일미디어 시장은 2023년보다 43% 성장한 1,760억 달러 규모에 이를 전망입니다.
하지만, 모든 소매업체가 리테일미디어를 통해 원하는 수준의 수익을 올릴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소매업체가 리테일미디어 사업 성과를 높이기 위해서는 다양한 고객층과 트래픽을 확보함으로써 세분화된 타깃에 접근할 수 있는 조건을 갖춰야 합니다. 광고주 목표에 맞게 제공할 수 있는 높은 수준의 데이터 통합과 분석 역량도 갖춰야 하죠.
리테일미디어 사업에서 무엇보다 고려해야 할 점은 고객의 쇼핑여정에 부정적 경험을 주지 않아야 한다는 점입니다. 기업의 모든 공간이 광고판처럼 느껴지지 않도록 광고 메시지가 매장 내 동선과 온라인 쇼핑여정에 자연스럽게 녹아들 수 있는 믹스 전략이 필요해요. 더불어 개인정보보호와 관련한 규정을 검토하는 일도 반드시 수반돼야 합니다.
- 그림 2 : 글로벌 디지털 리테일미디어 시장규모
자료 : 그룹M
주 : 2023년 이후 추정치
| 생성AI, 고객경험과 작업효율 제고 |
지난 1월 뉴욕에서 열린 'NRF 빅쇼'에서 AI를 포함한 리테일테크에 대한 관심이 뜨거웠듯, 이번 'WRC2024'에서도 급진전하는 기술이 소매업의 판도를 바꾸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특히 인공지능이 화두의 중심에 있었는데요. 글로벌 소매기업 리더들은 비즈니스 전반에 걸쳐 AI가 효율성을 더욱 높여줄 것이라는 데 의견을 같이 했지만, 이를 위해서는 특정 영역에 정확히 적용돼야 한다고 지적했어요.
생성AI는 기존 데이터 학습을 통해 새롭고 독창적인 콘텐츠를 만들고, 때로는 창의력을 발휘하기도 합니다. 학습된 패턴과 데이터에 의존해 인간이 작업한 결과물을 비슷하게 모방할 수는 있지만, 인간이 지닌 인지 능력이나 이해력을 갖고 있지 않죠.
이런 면에서 생성AI가 인간의 영역을 완전히 대체할 수는 없지만, 인간의 능력을 높이는 데는 매우 유용하게 활용되고 있어요.
이번 WRC에서는 그동안 소개되지 않은 소매기업들의 생성AI 활용사례들이 공유됐어요.
그 중에서도 체코의 신발기업 바타(Bata)의 사례가 눈길을 끌었습니다. 바타는 1894년 설립된 전통기업이지만, 전세계 30여 개국에 진출해 약 5,300여 개 매장을 운영하고 있으며, 데이터 분석 및 AI를 적극 활용하는 등 미래지향적 관점을 지닌 기업입니다.
바타는 AI 기반의 챗봇부터 생성AI와 데이터 분석을 통해 혁신을 주도하고 있는데요.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첫째, AI를 활용해 매장별 고객이 선호하는 상품을 예측하는 '상품보충 프로세스'를 구축했어요. 실시간 고객 트렌드를 반영한 매장별 재고 비축으로 고객 만족도를 높이면서 배송으로 인한 낭비도 최소화하고 있습니다. AI 기반 공급망 플랫폼인 블루 욘더(Blue Yonder)사의 솔루션을 활용해 과거 매출 추이와 날씨 등 외부 요소를 통합 분석, 이를 바탕으로 점별 재고를 예측합니다.
체코에서 시작된 글로벌 신발 브랜드 바타(Bata)는 운영 전반에 AI를 적극 도입하고 있습니다.
둘째, AI 증강 챗봇을 도입해 고객의 제품 문의, 사이즈 문의, 주문 추적 등에 대응하고 있어요. 이를 통해 고객의 쇼핑경험을 전반적으로 높일 수 있었어요. 셋째, 매장 관리자의 메시지를 데이터 대시보드로 변환하는 '스토어 목소리'라는 솔루션을 운영합니다. 매장 직원들이 공유해야 할 내용을 메시지로 간단히 기록하고, 이를 플랫폼으로 전송하면 자동으로 데이터 처리돼 지역 관리자나 경영진이 별도의 보고 없이도 매장 운영에 대해 상세하게 파악할 수 있죠.
네 번째, CRM(Customer relationship management) 플랫폼에도 생성AI를 접목했어요. 고객 구분을 더 세분화하고 각 그룹별 고객 선호도와 구매패턴에 따라 정교하게 맞춤화된 마케팅 메시지를 발신하죠. 바타는 세분화된 타깃팅 방식을 적용한 이후 구매전환율이 50% 증가했다고 밝혔어요. 바타는 향후 백오피스 작업 관리 및 프로세스 자동화를 위한 생성AI 도입도 준비 중입니다.
- 그림 2 : 고객경험 향상을 위한 바타의 생성AI 활용방안
중동의 마지드 알 푸타임(Majid Al Futtaim) 그룹의 사례 발표도 눈길을 끌었습니다. 마지드 알 푸타임은 두바이에 본사를 두고 소매 및 부동산업을 전개하고 있는 기업입니다. 글로벌 브랜드 룰루레몬, 까르푸, 레고, 시세이도, 홀리스터에 대한 독점 라이선스를 보유하고 있을 뿐 아니라 멀티 브랜드 컨셉 스토어 '댓(THAT)'을 직접 운영하고 있어요.
마지드 알 푸타임 역시 고객경험을 높이고 그룹 매출을 견인하기 위해 다양한 방식으로 AI를 활용하고 있는데요.
먼저 고객이 원하는 제품을 매장이나 온라인몰에서 지속적으로 발견할 수 있도록 제품 예측을 개선하는 데 AI 기술을 활용합니다. 이 알고리즘은 각 매장의 특성과 고객의 선호도를 반영해 작동하기 때문에 고객은 원하는 제품이 단종됐을 경우에도 최적의 대안을 찾아 구매할 수 있어요. 예를 들어, 두바이에 있는 룰루레몬 매장을 찾는 고객들 가운데 중성적인 스타일을 선호하는 고객이 많다면, AI는 이를 트렌드로 인식하고 바이어들이 그 결과를 상품 소싱 및 점별 배치에 반영하는 식이죠. 마지드 알 푸타임은 이를 통해 매장 재고를 25% 줄이면서 매출은 12% 증가하는 효과를 거뒀어요.
지난 2021년 마지드 알푸타임이 두바이에 선보인 컨셉스토어 댓(THAT)은 매장 전반에 데이터를 적용한 사례입니다. 고객 선호도와 글로벌 트렌드에 대한 철저한 분석을 바탕으로 설계한 댓 컨셉스토어에는 뷰티 허브, 그루밍 스테이션, 개인쇼핑 서비스 공간이 조성돼 있어요.
탈의실에는 매직 미러가 설치돼 있어 고객은 간단한 터치만으로 제품의 사이즈와 색상 옵션을 요청할 수 있어요.
마지드 알 푸타임 역시 CRM에도 AI를 접목했는데요. 고급 대시보드를 통해 매출 기여도 상위 2% 고객의 구매패턴과 행동을 분석하고 이에 맞는 혜택과 타깃 마케팅을 적용하고 있습니다.
마지드 알푸타임이 두바이에 선보인 컨셉스토어 댓(THAT)에는 다양한 측면에서 AI 요소가 접목돼 있어요.
| 순환 소매업, 리커머스 모델의 딜레마 |
기후 변화와 자원 부족은 우리 모두에게 가장 절실한 당면 과제입니다.
소매기업들 역시 탄소 발자국을 줄이기 위한 다양한 방안들을 실천하고 있는데요. 그 일환으로 최근 증가하고 있는 사업이 '순환 비즈니스 모델(circular business models)'입니다.
순환 비즈니스 모델은 제품이나 서비스의 생산, 사용, 폐기에 이르는 과정에서 재사용, 재활용률을 높여 자원 낭비와 폐기물을 최소화하는 경제 활동을 말해요. 지속가능한 경영이 궁극적 목표죠. 중고상품를 판매하는 리셀 플랫폼이 대표적인 예입니다.
소매업체나 제조업체들은 다양한 방식으로 순환경제 모델에 뛰어들고 있어요. 직접 매장이나 온라인 플랫폼을 구축하기도 하고, 전문 리셀 플랫폼에 입점하기도 합니다.
미국 백화점 셀프리지(Selfridges)는 지난해 '더 스탁마켓 셀프리지(The Stock Market Selfridges)'라는 이름의 코너숍을 한시적으로 운영했어요. 증권거래소에서 영감을 받은 이 팝업스토어에서 고객들은 자신이 소장한 의류나 패션소품을 리폼하거나 업사이클링 할 수 있고, 다른 소비자에게 판매할 수도 있습니다.
스탁마켓에는 증권거래소처럼 중개인이 상주하면서 중고제품을 리사이클링 할 수 있는 재단사, 전문 수리사, 리폼 및 업사이클링 전문가를 고객들과 연결시켜줬어요. 공간 안에서 제품의 가치를 높이는 작업과 거래가 동시에 이루어진 셈이죠.
미국 백화점 셀프리지가 팝업스토어로 운영한 중고판매 코너 '더 스탁마켓'은 증권거래소에서 영감을 받았어요,
파타고니아(Patagonia), 이케아(IKEA)와 같이 팬을 보유한 인기 브랜드나 명품기업들은 중고제품들을 모아 별도의 콜렉션을 론칭하기도 합니다. 파타고니아는 '파타고니아 위드 원 웨어(Patagonia with Worn Wear)'라는 별로의 중고 플랫폼을 운영하고 있어요. 파타고니아는 중고 콜렉션 사업 배경에 대해 "의류의 85%가 결국 버려지고 소각된다"며 "지구를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가장 좋은 일 중 하나는 더 오래 입고, 덜 사서 전체 소비량을 줄이는 것"이라며 설명합니다. 명품 브랜드 코치(Coach)는 지난해 4월, '코치토피아(Coachtopia)'라는 이름의 순환패션 브랜드를 론칭했어요. 코치토피아는 재활용 자재나 재생 가능한 자재를 사용해 제작한 제품을 판매하며 지속가능한 가치에 무게를 두는 브랜드입니다. 스웨덴 가구 브랜드인 이케아는 매장 안에 순환허브(Circulation Hub) 코너를 만들어 전시나 행사 제품, 단종 제품, 약간의 흠이 있는 제품들을 판매합니다.
코치가 론칭한 순환경제 모델 브랜드 '코치토피아'
이외 자라나 룰루레몬은 각각 '자라리셀(Zara Resell)', '라이크뉴(Like New)'라는 리셀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어요. MZ세대를 중심으로 중고의류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면서 스레드업(ThredUp)과 같은 순수 RaaS(Resale-as-Service) 소매업체들도 늘고 있어요. 스레드업 외에도 더리얼리얼(The RealReal), 디팝(Depop), 빈티드(Vinted) 같은 기업들이 B2B 파트너십을 통해 P2P 리셀 마켓플레이스를 제공합니다. 스레드업에 따르면 전세계 중고의류 시장규모는 2027년까지 3,500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상됩니다. 또 환경에 이로운 순환 모델은 새로운 소비자층을 끌어들일 수 있는 기회가 되기도 하죠.
2024. 05. 08ㅣ 7 min read글 : 윤은영 책임 에디터(eyyoon@korcham.net)
'알디', '리들', '쉬인'...
주류로 편입한 초저가 소매기업들
글로벌 소매업계 리더들이 모여 주요 이슈에 대해 공유하는 대표적인 행사로 미국에 'NRF 빅쇼'가 있다면 유럽에는 '세계소매업회의(WRC ; World Retail Congress)'가 있습니다.
올해 'WRC 2024'는 지난 4월 16일부터 18일까지 프랑스 파리에서 열렸는데요. 까르푸(Carrefour), 이케아(IKEA), 알리익스프레스(AliExpress), 쉬인(Shein) 등 글로벌 선도기업의 경영진을 포함, 업계 종사자 8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현재 글로벌 소매업계 화두로 떠오르고 있는 주제들에 대해 담론을 펼쳤습니다.
AI와 함께 가장 많이 언급된 이슈는 역시 쉬인, 테무와 같은 중국 이커머스 기업들의 거센 공략과 빠른 확장이었어요.
'WRC 2024'에서 공유된 주요 이슈를 5가지로 요약 전달해 드립니다.
글로벌 리테일 5가지 이슈
초저가 전성시대,
공공의 적이 된 '알디'
현재 글로벌 소매업계의 디스럽터(창조적 파괴자)가 '초저가 할인 업태'라는 점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습니다. 고물가, 경기불황 속에 소비자들이 가격에 더욱 민감해지면서 이들의 입지는 더욱 단단해졌어요.
오프라인 영역에서는 알디(Aldi)와 리들(Lidl)이, 온라인에서는 알리익스프레스(Aliexpress), 테무(Temu), 쉬인(Shein)이 공격적인 마케팅을 무기로 글로벌 시장에서 빠르게 점유율을 넓혀가고 있습니다.
이들 업체가 더욱 위협적인 이유는 갈수록 비즈니스 모델이 정교화되고 있기 때문인데요. 단순히 비용절감에만 매달리는 것이 아니라 지속가능한 수익창출과 시장점유율 확보를 우선 순위에 두고 기존 유통강자들과의 경쟁에서 우위를 갖기 위해 각자의 장점을 더욱 진화시키고 있습니다.
기존 전통 강자들은 가격인하로 맞불을 놓고, 로열티 제도를 정비하면서 초저가 업체들의 공세에 대응하고 있습니다.
영국에서는 테스코(Tesco)와 같은 시장의 선두기업들이 알디, 리들과 직접적인 가격경쟁을 벌이는 '프라이스 매칭(price-matching)' 캠페인을 전개하고 있어요.
세인즈베리(sainsbury's)의 '유어넥타프라이스(Your Nectar Prices)' 제도와 같이 초저가 업태들에 비해 더 많은 혜택을 주는 방향으로 강력한 로열티 제도를 구축하는 기업도 있습니다.
테스코는 수백 개 상품에 대해 알디 판매가보다 낮거나 같게 판매하는 가격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글로벌 진출을 확대하고 있는 알디와 리들은 매장 포맷은 물론, 상품구색과 상권 전략까지 현지 상황에 맞게 전개하면서 높은 운영 효율을 바탕으로 경쟁 우위를 확보하고 있어요. 미국에서 알디 매장은 지난 12년 사이 105% 성장했어요.
그런가 하면, 온라인 채널의 디스럽터인 쉬인과 테무는 유례없는 속도와 저가격으로 빠르게 점유율을 높여가고 있습니다. 인공지능과 같은 첨단기술을 활용해 유행하는 아이템을 신속하게 론칭하고, 고객 피드백을 바탕으로 빠르게 재생산하면서 효율적인 재고관리와 판매 극대화를 동시에 달성합니다.
틈새시장이었던 하드 디스카운터 스토어와 중국 초저가 이커머스 기업들은 이제 글로벌 소매업계의 주류로 편입됐을 뿐 아니라 모두의 적이 되었습니다.
이들 할인 업태들의 글로벌 확장세는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됩니다.
WRC에서는 소비자들의 가치 지향 욕구가 더욱 강해지고 있는 만큼 브랜드 이미지를 해치지 않는 선에서 가격적인 혜택을 고객에게 소구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합니다.
- 그림 1 : 미국 내 알디 매장 증감 추이
자료: 알디 미국실시간 소매업,
피할 수 없는 속도 경쟁
글로벌 유통산업에 혁신 바람을 불어넣고 있는 중요한 개념 중 하나가 '실시간 소매업(Real-time retail) 모델'입니다.
실시간 소매업은 소매업체가 기술을 활용해 고객 행동과 시장 동향을 실시간으로 분석하고 이를 전략과 운영에 바로 반영하는 것을 말해요.
인공지능, 사물 인터넷, 고급분석과 같은 최첨단 기술들에 힘입어 소매업체들은 이전보다 훨씬 높은 수준의 정교함과 속도감을 확보할 수 있게 됐어요. 방대한 데이터를 유기적으로 통합 분석하고, 이를 실시간으로 추적한 트렌드와 결합함으로써 고객의 니즈에 빠르게 대응하고 이를 통해 매출도 극대화할 수 있게 됐죠.
실시간 소매업의 원리를 선도적으로 도입한 곳은 아마존입니다. 아마존은 고객 수요와 경쟁사 가격, 그리고 재고량에 따라 판매가를 실시간으로 최적화하는 '다이나믹 프라이싱 알고리즘'을 2012년부터 도입해 적용하고 있어요.
패스트패션 기업인 자라(Zara)와 H&M은 공급망 혁신을 통해 유행하는 패션 아이템을 신속하게 시장에 출시하는 전략으로 실시간 소매업 시대를 앞당겼습니다.
월마트 역시 2019년부터 AI 기반의 재고관리 시스템을 통해 실시간 소매업 모델을 적용하고 있습니다. 매장과 물류센터 내 재고 수준을 최적화하기 위해 과거 판매 데이터를 바탕으로 지역별 고객 수요, 날씨, 경제상황, 고객 트렌드 등을 종합적으로 분석해 자동으로 재고를 관리하는 시스템인데요. 그 정확도가 95%에 이르러 고객 수요에 실시간으로 대응하면서 재고와 비용도 줄이는 효과를 얻고 있습니다.
월마트는 AI 기반의 재고관리 시스템을 통해 실시간 소매업 모델을 적용하고 있습니다.
중국 패스트패션 기업 '쉬인' 같은 업체는 여기서 한 걸음 더 나갑니다.
쉬인은 인공지능을 기반으로 실시간 트렌드를 분석해 불과 3일 만에 최소 물량을 생산한 후 고객 반응을 거쳐 수요가 있는 제품만 시장에 재출시하는 방식으로 실시간 소매모델을 더욱 발전시켰습니다. 이러한 방식은 의류업계의 고질적인 문제인 재고를 최소화하고, 의류당 투입되는 비용을 절감하는 데 효과적입니다.
하지만, 실시간 소매업 모델에는 몇 가지 위험요소가 존재합니다. 다이나믹 프라이싱 방식은 수요가 많은 제품일수록 가격이 상승해 결국 고객이 불이익을 받을 수 있어요. 쉬인과 같은 울트라 패스트패션 기업들은 탄소 배출량을 높여 환경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고, 데이터 보안에도 취약하다는 우려가 꾸준히 제기되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실시간 소매업의 근간이 기술인 만큼 관련 인프라에 대한 상당한 투자와 전문인력에 대한 비용 부담도 만만치 않습니다. 알릭스파트너스(AlixPartners) 조사에 따르면 글로벌 소매기업 경영진의 68%가 생성AI에 투자하고 있지만 그 중 절반 이상이 직원들의 기술습득 속도보다 기술 변화 속도가 빨라 투자를 무용지물로 만들고 있다고 답했어요.
이렇듯 실시간 소매업은 고객경험과 기업의 성과를 높일 수 있는 강력한 모델이지만, 여러 위험요소를 동반하는 '양날의 검'이기도 합니다. 기업들은 기술 의존도가 높아지는 만큼 리스크 관리에도 더 힘써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쉬인은 인공지능을 기반으로 실시간 소매모델을 더욱 발전시켰습니다.
리테일미디어,
미디어 소유주가 된 리테일러들
소매업체가 협력업체에게 광고 공간을 제공함으로써 자산을 수익화하는 '리테일미디어'가 소매산업에서 전망있는 사업 분야로 정착하고 있습니다.
갈수록 치열해지는 업체간 경쟁, 그리고 판매가 인하 및 물가상승으로 인한 마진압박 속에 새로운 수익원을 찾아야 하는 소매기업들에게 리테일미디어는 돌파구가 되고 있어요.
소매업체들은 그동안 쌓아 온 고객 데이터와 트래픽을 자산 삼아 온라인 플랫폼은 물론 오프라인 매장을 활용해 적극적으로 수익화를 도모하기 시작했습니다.
특히 온라인 채널이 급성장하며 타격을 받았던 전통 유통강자들은 리테일미디어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공격적인 사업을 전개하고 있는데요. 월마트는 '월마트 커넥트(Walmart Connect), 타깃은 '라운델(Roundel)', 크로거는 '크로거 프레시전 마케팅(Kroger Precision Marketing)'이라는 이름으로 별도의 사업부를 만들어 광고사업에 가속 페달을 밟고 있습니다. 그 결과 지난해 월마트의 리테일미디어 사업부 매출은 전년대비 30% 상승하는 성과를 거두기도 했어요.
타깃의 리테일미디어 네트워크 '라운델'이 진행하는 다양한 광고 형태
리테일미디어는 고객의 구매여정마다 타깃형 할인혜택 및 제품추천 등 개인화된 쇼핑옵션을 제공하면서 매출을 극대화할 수 있다는 이점이 있습니다. 제조업체들 입장에서도 리테일미디어는 원하는 타깃층에 접근할 수 있고, 구매로 바로 연결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강력하면서도 효과 측정까지 가능한 광고채널이에요. 온라인 및 오프라인 광고 지출 수익률을 측정할 수 있는 상세 데이터를 제공받는 것도 큰 장점이죠.
리테일미디어는 수익성 높은 사업인 데다 몇 년 안에 소매사업 이익 기여도가 약 30%까지 높아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어요. 글로벌 미디어 투자사 '그룹M'에 따르면 2028년까지 전세계 디지털 리테일미디어 시장은 2023년보다 43% 성장한 1,760억 달러 규모에 이를 전망입니다.
하지만, 모든 소매업체가 리테일미디어를 통해 원하는 수준의 수익을 올릴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소매업체가 리테일미디어 사업 성과를 높이기 위해서는 다양한 고객층과 트래픽을 확보함으로써 세분화된 타깃에 접근할 수 있는 조건을 갖춰야 합니다. 광고주 목표에 맞게 제공할 수 있는 높은 수준의 데이터 통합과 분석 역량도 갖춰야 하죠.
리테일미디어 사업에서 무엇보다 고려해야 할 점은 고객의 쇼핑여정에 부정적 경험을 주지 않아야 한다는 점입니다. 기업의 모든 공간이 광고판처럼 느껴지지 않도록 광고 메시지가 매장 내 동선과 온라인 쇼핑여정에 자연스럽게 녹아들 수 있는 믹스 전략이 필요해요. 더불어 개인정보보호와 관련한 규정을 검토하는 일도 반드시 수반돼야 합니다.
자료 : 그룹M
주 : 2023년 이후 추정치
생성AI,
고객경험과 작업효율 제고
지난 1월 뉴욕에서 열린 'NRF 빅쇼'에서 AI를 포함한 리테일테크에 대한 관심이 뜨거웠듯, 이번 'WRC2024'에서도 급진전하는 기술이 소매업의 판도를 바꾸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특히 인공지능이 화두의 중심에 있었는데요. 글로벌 소매기업 리더들은 비즈니스 전반에 걸쳐 AI가 효율성을 더욱 높여줄 것이라는 데 의견을 같이 했지만, 이를 위해서는 특정 영역에 정확히 적용돼야 한다고 지적했어요.
생성AI는 기존 데이터 학습을 통해 새롭고 독창적인 콘텐츠를 만들고, 때로는 창의력을 발휘하기도 합니다. 학습된 패턴과 데이터에 의존해 인간이 작업한 결과물을 비슷하게 모방할 수는 있지만, 인간이 지닌 인지 능력이나 이해력을 갖고 있지 않죠.
이런 면에서 생성AI가 인간의 영역을 완전히 대체할 수는 없지만, 인간의 능력을 높이는 데는 매우 유용하게 활용되고 있어요.
이번 WRC에서는 그동안 소개되지 않은 소매기업들의 생성AI 활용사례들이 공유됐어요.
그 중에서도 체코의 신발기업 바타(Bata)의 사례가 눈길을 끌었습니다. 바타는 1894년 설립된 전통기업이지만, 전세계 30여 개국에 진출해 약 5,300여 개 매장을 운영하고 있으며, 데이터 분석 및 AI를 적극 활용하는 등 미래지향적 관점을 지닌 기업입니다.
바타는 AI 기반의 챗봇부터 생성AI와 데이터 분석을 통해 혁신을 주도하고 있는데요.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첫째, AI를 활용해 매장별 고객이 선호하는 상품을 예측하는 '상품보충 프로세스'를 구축했어요. 실시간 고객 트렌드를 반영한 매장별 재고 비축으로 고객 만족도를 높이면서 배송으로 인한 낭비도 최소화하고 있습니다. AI 기반 공급망 플랫폼인 블루 욘더(Blue Yonder)사의 솔루션을 활용해 과거 매출 추이와 날씨 등 외부 요소를 통합 분석, 이를 바탕으로 점별 재고를 예측합니다.
체코에서 시작된 글로벌 신발 브랜드 바타(Bata)는 운영 전반에 AI를 적극 도입하고 있습니다.
둘째, AI 증강 챗봇을 도입해 고객의 제품 문의, 사이즈 문의, 주문 추적 등에 대응하고 있어요. 이를 통해 고객의 쇼핑경험을 전반적으로 높일 수 있었어요. 셋째, 매장 관리자의 메시지를 데이터 대시보드로 변환하는 '스토어 목소리'라는 솔루션을 운영합니다. 매장 직원들이 공유해야 할 내용을 메시지로 간단히 기록하고, 이를 플랫폼으로 전송하면 자동으로 데이터 처리돼 지역 관리자나 경영진이 별도의 보고 없이도 매장 운영에 대해 상세하게 파악할 수 있죠.
네 번째, CRM(Customer relationship management) 플랫폼에도 생성AI를 접목했어요. 고객 구분을 더 세분화하고 각 그룹별 고객 선호도와 구매패턴에 따라 정교하게 맞춤화된 마케팅 메시지를 발신하죠. 바타는 세분화된 타깃팅 방식을 적용한 이후 구매전환율이 50% 증가했다고 밝혔어요. 바타는 향후 백오피스 작업 관리 및 프로세스 자동화를 위한 생성AI 도입도 준비 중입니다.
중동의 마지드 알 푸타임(Majid Al Futtaim) 그룹의 사례 발표도 눈길을 끌었습니다. 마지드 알 푸타임은 두바이에 본사를 두고 소매 및 부동산업을 전개하고 있는 기업입니다. 글로벌 브랜드 룰루레몬, 까르푸, 레고, 시세이도, 홀리스터에 대한 독점 라이선스를 보유하고 있을 뿐 아니라 멀티 브랜드 컨셉 스토어 '댓(THAT)'을 직접 운영하고 있어요.
마지드 알 푸타임 역시 고객경험을 높이고 그룹 매출을 견인하기 위해 다양한 방식으로 AI를 활용하고 있는데요.
먼저 고객이 원하는 제품을 매장이나 온라인몰에서 지속적으로 발견할 수 있도록 제품 예측을 개선하는 데 AI 기술을 활용합니다. 이 알고리즘은 각 매장의 특성과 고객의 선호도를 반영해 작동하기 때문에 고객은 원하는 제품이 단종됐을 경우에도 최적의 대안을 찾아 구매할 수 있어요. 예를 들어, 두바이에 있는 룰루레몬 매장을 찾는 고객들 가운데 중성적인 스타일을 선호하는 고객이 많다면, AI는 이를 트렌드로 인식하고 바이어들이 그 결과를 상품 소싱 및 점별 배치에 반영하는 식이죠. 마지드 알 푸타임은 이를 통해 매장 재고를 25% 줄이면서 매출은 12% 증가하는 효과를 거뒀어요.
지난 2021년 마지드 알푸타임이 두바이에 선보인 컨셉스토어 댓(THAT)은 매장 전반에 데이터를 적용한 사례입니다. 고객 선호도와 글로벌 트렌드에 대한 철저한 분석을 바탕으로 설계한 댓 컨셉스토어에는 뷰티 허브, 그루밍 스테이션, 개인쇼핑 서비스 공간이 조성돼 있어요.
탈의실에는 매직 미러가 설치돼 있어 고객은 간단한 터치만으로 제품의 사이즈와 색상 옵션을 요청할 수 있어요.
마지드 알 푸타임 역시 CRM에도 AI를 접목했는데요. 고급 대시보드를 통해 매출 기여도 상위 2% 고객의 구매패턴과 행동을 분석하고 이에 맞는 혜택과 타깃 마케팅을 적용하고 있습니다.
마지드 알푸타임이 두바이에 선보인 컨셉스토어 댓(THAT)에는 다양한 측면에서 AI 요소가 접목돼 있어요.
순환 소매업,
리커머스 모델의 딜레마
기후 변화와 자원 부족은 우리 모두에게 가장 절실한 당면 과제입니다.
소매기업들 역시 탄소 발자국을 줄이기 위한 다양한 방안들을 실천하고 있는데요. 그 일환으로 최근 증가하고 있는 사업이 '순환 비즈니스 모델(circular business models)'입니다.
순환 비즈니스 모델은 제품이나 서비스의 생산, 사용, 폐기에 이르는 과정에서 재사용, 재활용률을 높여 자원 낭비와 폐기물을 최소화하는 경제 활동을 말해요. 지속가능한 경영이 궁극적 목표죠. 중고상품를 판매하는 리셀 플랫폼이 대표적인 예입니다.
소매업체나 제조업체들은 다양한 방식으로 순환경제 모델에 뛰어들고 있어요. 직접 매장이나 온라인 플랫폼을 구축하기도 하고, 전문 리셀 플랫폼에 입점하기도 합니다.
미국 백화점 셀프리지(Selfridges)는 지난해 '더 스탁마켓 셀프리지(The Stock Market Selfridges)'라는 이름의 코너숍을 한시적으로 운영했어요. 증권거래소에서 영감을 받은 이 팝업스토어에서 고객들은 자신이 소장한 의류나 패션소품을 리폼하거나 업사이클링 할 수 있고, 다른 소비자에게 판매할 수도 있습니다.
스탁마켓에는 증권거래소처럼 중개인이 상주하면서 중고제품을 리사이클링 할 수 있는 재단사, 전문 수리사, 리폼 및 업사이클링 전문가를 고객들과 연결시켜줬어요. 공간 안에서 제품의 가치를 높이는 작업과 거래가 동시에 이루어진 셈이죠.
미국 백화점 셀프리지가 팝업스토어로 운영한 중고판매 코너 '더 스탁마켓'은 증권거래소에서 영감을 받았어요,
파타고니아(Patagonia), 이케아(IKEA)와 같이 팬을 보유한 인기 브랜드나 명품기업들은 중고제품들을 모아 별도의 콜렉션을 론칭하기도 합니다. 파타고니아는 '파타고니아 위드 원 웨어(Patagonia with Worn Wear)'라는 별로의 중고 플랫폼을 운영하고 있어요. 파타고니아는 중고 콜렉션 사업 배경에 대해 "의류의 85%가 결국 버려지고 소각된다"며 "지구를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가장 좋은 일 중 하나는 더 오래 입고, 덜 사서 전체 소비량을 줄이는 것"이라며 설명합니다.
명품 브랜드 코치(Coach)는 지난해 4월, '코치토피아(Coachtopia)'라는 이름의 순환패션 브랜드를 론칭했어요. 코치토피아는 재활용 자재나 재생 가능한 자재를 사용해 제작한 제품을 판매하며 지속가능한 가치에 무게를 두는 브랜드입니다.
스웨덴 가구 브랜드인 이케아는 매장 안에 순환허브(Circulation Hub) 코너를 만들어 전시나 행사 제품, 단종 제품, 약간의 흠이 있는 제품들을 판매합니다.
코치가 론칭한 순환경제 모델 브랜드 '코치토피아'
이외 자라나 룰루레몬은 각각 '자라리셀(Zara Resell)', '라이크뉴(Like New)'라는 리셀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어요.
MZ세대를 중심으로 중고의류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면서 스레드업(ThredUp)과 같은 순수 RaaS(Resale-as-Service) 소매업체들도 늘고 있어요. 스레드업 외에도 더리얼리얼(The RealReal), 디팝(Depop), 빈티드(Vinted) 같은 기업들이 B2B 파트너십을 통해 P2P 리셀 마켓플레이스를 제공합니다.
스레드업에 따르면 전세계 중고의류 시장규모는 2027년까지 3,500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상됩니다. 또 환경에 이로운 순환 모델은 새로운 소비자층을 끌어들일 수 있는 기회가 되기도 하죠.
자료 : 스레드업(ThredUp)
'지속가능성'이라는 가치를 높일수록 순환형 소매모델의 수익성은 낮아져요. 건전하고 바람직한 리셀 모델을 만들기 위해서는 정품인증, 품질보증, 정확한 제품정보, 적정가 책정, 편리한 배송 및 반품 등 조건들을 만족시켜야 합니다. 복잡한 물류와 까다로운 기술도 수반되야 하죠.
이처럼 기존 사업에는 없어도 되는 비용들이 추가되기 때문에 순환모델의 수익성은 열악할 수밖에 없어요. 따라서 순환 모델에 진출할 때는 명확한 목표와 철학이 선행되어야 하며, 수익성 관점에서 자사에 적합한 모델인지에 대한 면밀한 검토가 있어야 합니다.
끊임없이 진화하는 소매업
이번 'WRC 2024'에서 세븐일레븐의 최고 경영자 다니 피어스(Danni Peirce)는 중국 기업들의 끊임없는 진화와 변화 속도가 다른 지역의 기업들에 비해 압도적이라고 했어요. 쉬인에게 점유율을 빼앗긴 영국 이커머스 패션기업 잘란도(Zalando)의 안드레아스 뢰들(Andreas Rödl) 부사장은 현재 시장을 선도하고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바짝 긴장하는 것'이라고 했죠.
쉬인과 테무 등 중국 이커머스 기업들의 '실시간 소매업'이 촉발시킨 것은 결국 속도 경쟁입니다. 더이상 느리고 안정적인 방식으로는 살아남기 어려운 환경이며, 빠르게 일하고, 새로운 방식을 받아들임으로써 혁신을 거듭하는 것만이 최고 자리를 유지할 수 있는 방법이라는 데 이번 WRC에 참석한 글로벌 리더들은 의견을 모았습니다.
ⓒ Retail Tal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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