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비 위기(Crisis of Living Cost)'라는 이슈가 전세계 소매업계를 지배한 2023년은 고물가, 고금리로 소비심리가 극도로 위축된....
Issue | 고물가 시대의 글로벌 소매업계 대응전략 |
2023. 12. 20ㅣ 7 min read글 : 윤은영 책임에디터(eyyoon@korcham.net)
생활비 위기 시대,
소매기업이 고객을
잃지 않는 방법
- '우리가 알디보다 싸다', 알디 가격과 경쟁
- '적립' 대신 '즉각 할인', 멤버십 방향 수정
- 까르푸, '식료품 구매력 보장' 보험 출시
2023년은 '생활비 위기(Crisis of Living Cost)' 이슈가 전세계 소매업계를 덮은 한 해였어요. 2022년에 이어 고물가, 고금리가 지속되며 극도로 움츠러든 소비자들의 마음을 얻기 위해 글로벌 소매업계는 고군분투하는 한 해를 보냈죠.
월마트는 미국 국민들에게 가장 절실한 연료 할인 혜택을 두 배로 늘렸고, 테스코는 '우리가 알디보다 싸다'며 자존심 버린 가격 매칭 프로모션을 대대적으로 전개했습니다. 까르푸는 예기치 못한 변수로 생활 형편이 어려워져도 최소한의 식료품은 구입할 수 있도록 보장해주는 '구매력 보장' 보험을 선보였어요.
올 한해 글로벌 선도 소매업체들은 고물가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전개한 전략들을 시도했고, 그 속에서 우리 기업들은 어떤 시사점을 얻을 수 있는지 살펴보겠습니다.
전세계는 지난해 40년 만에 최고치의 물가상승률을 경험했습니다. 2021년부터 가파르게 상승한 물가는 지난해 8.7%라는 경이적인 수치를 기록했죠. 올해는 6.9%로 다소 낮아질 전망이지만, 통상 3%대였던 수치를 감안할 때 이 역시 비정상적으로 높은 상승률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그림 1 참고).
그에 반해 글로벌 GDP 증가율은 지난해 4.1%에서 올해 5.3%로 1.2%P 상승했지만, 물가상승률에는 미치지 못합니다.
설상가상, 지난해 전세계 실질급여가 마이너스 성장하면서 본격적으로 '생활비 위기(Crisis of Living Cost)' 이슈가 글로벌 소매업계 화두로 대두됐습니다(그림 2 참고).
- 그림 1 : 글로벌 인플레이션 및 GDP 증감률
자료 : IMF
자료 : ILO ‘Global Wage Report’
생활비 위기는 이처럼 임금상승률에 비해 상품과 서비스 가격이 더 가파르게 상승하는 것을 말합니다. 시장조사 전문기업 입소스 조사에 따르면 2023년 8월 현재, 전세계 인구가 가장 우려하고 있는 문제는 1위 인플레이션, 2위 빈곤과 사회적 불평등, 4위 실업이었습니다(그림 3 참고). 1, 2, 4위가 모두 소득 및 지출과 관련된 문제로, 기록적인 고물가 현상으로 인해 글로벌 소비자들의 소비심리가 얼마나 위축돼 있는지 가늠할 수 있습니다.
자료 : 입소스
조사대상 : 전세계 16~74세 성인남녀 20,570명
조사기간 : 2023년 9~10월
생활비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2023년 글로벌 소비자들은 구매행동 방식을 바꿨습니다.
알디나 쉬인 같은 초저가 채널을 찾았고, 더 저렴한 제품을 선택했으며, 구매량과 빈도를 줄였습니다. 더 구체적으로는 식료품을 구입할 때 온라인 채널보다 매장을 이용했고, PB 상품 구입률이 늘었으며, 비필수재 지출과 외식을 줄였고, 친목 모임을 자제했습니다.
물가는 천정부지로 치솟고, 실질급여는 감소하고, 불확실성은 확대되는 상황에서 소비자들은 지출과 저축을 줄이고, '생계유지'라는 단기 목적에 집중했죠.
올 들어 한풀 꺾인 글로벌 인플레이션율은 내년 하반기에 안정세를 찾을 것이라는 낙관론이 우세합니다. 하지만 국내 상황은 여전히 고물가 현상이 소비시장을 지배하고 있습니다.
국가별 인플레이션률을 보면, 지난해 하반기 정점을 찍은 뒤 하락세를 보이고 있는 미국, 유럽, 영국과 달리 우리나라는 8월 이후 물가가 다시 상승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그림 4 참고).
자료 : IMF
물가상승이 지속됨에 따라 소비심리지수는 9월 이후 3개월 연속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올 한해 상품 카테고리별 판매액 현황을 보더라도, 소비자들은 이미 필수생필품 위주의 구매패턴으로 돌아섰습니다. 코로나19 종식 후의 보복소비는 길지 않았죠.
올해 들어 화장품, 가전, 가구, 차량연료 카테고리는 거의 매달 역신장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불황에도 거칠 것 없이 잘나갔던 명품시장 역시 하반기 이후 역신장세를 기록하기 시작했어요(그림 5, 6 참고).
반면 음식료품은 8월 한 달을 제외하면 모두 플러스 성장입니다. 물가인상분을 반영하면 그리 의미있는 수치는 아니지만, 구매액 자체가 감소하지 않은 몇 안되는 품목 중 하나입니다.
이렇듯 구매량과 구매빈도를 줄이는 초절약형 소비패턴은 적어도 내년 상반기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입니다.
이에 따라 소매기업들은 생활비를 아끼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소비자들을 매장으로 끌어들이기 위한 노력을 2024년에도 필사적으로 전개해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고물가 시대, 글로벌 소매기업들의 베스트 프랙티스를 통해 내년 상반기 전략을 점검해보시기 바랍니다.
- 그림 5 : 2023년 품목별 소매판매액 증감률
자료 : 통계청 소매판매액
자료 : 산업통상자원부(백화점 기존점 명품매출 기준)
글로벌 소매업계 4가지 대응전략
① 가격 집중
초저가의 아이콘, '알디와 맞불전략'
글로벌 유통기업들이 생활비 압박에 시달리는 소비자들을 매장으로 끌어들이고 신뢰를 얻기 위해 추진한 첫 번째 전략은 가격집중입니다. 기업들의 가격집중 전략은 크게 '가격인하(Price-cutting)', '가격동결(price-freezing)' 그리고 '가격매칭(price-matching)' 3가지 방향으로 전개됐습니다.
브렉시트와 코로나 19, 고물가로 연이은 악재를 맞은 영국 소매업계는 가격투자에 가장 공격적이며, 그 선두에 영국 1위 소매기업 테스코(Tesco)가 있습니다.
테스코는 영국 식료품 시장에서 점유율 27%를 차지하고 있죠. 그만큼 테스코 가격전략이 업계에 미치는 영향도 큽니다. 2023년 3월 마감한 테스코의 연 매출액은 576억 파운드로 전년대비 5% 증가했어요. 하지만, 가격인하와 운영 효율 부문의 투자를 늘리면서 영업이익은 전년대비 6.1% 감소한 24억 9천만 파운드를 기록했죠.
테스코는 ‘고객을 위한 강력한 가치(magnetic value)’라는 목표 아래 세 가지 방향으로 가격전략을 전개하고 있습니다.
첫 번째, ‘매일 저가격(Low Everyday Prices)’은 오랜기간 테스코가 지향해온 가격정책으로 고물가 위기가 한창이던 2022년 중반, 1,600개 아이템으로 확대되었습니다.
두 번째 가격전략인 ‘클럽카드 프라이스(Clubcard Prices)’는 테스코 회원들에게만 독점 제공되는 가격혜택으로 현재 8천 개 이상 제품에 적용되고 있습니다. 2021년 론칭한 클럽카드 프라이스는 이후 경쟁 소매업체들이 연이어 벤치마킹하며 유사한 방식의 전략을 채택하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알디 프라이스 매치(Aldi Price Match)는 ‘가격매칭’에 해당하는 가격전략입니다. 말그대로 알디 판매가보다 더 낮은 가격에 판매하는 것으로 현재 500개 제품에 대해 적용하고 있습니다.
테스코 매장 곳곳에는 'Aldi Price Match' 사이니지가 설치돼 있어요. 고객들에게 자사의 가격 경쟁력을 강렬히 인지시키기 위해 기꺼이 경쟁기업의 로고를 노출시킵니다. 우리나라로 치면, 이마트 매장에 '다이소 프라이스 매치'라는 배너가 곳곳에 걸려있는 셈이죠. 테스코의 알디 프라이스 매치 품목은 식료품이 압도적으로 높은 비중을 차지합니다.
세인즈베리(Sainsbury's) 역시 테스코 전략을 모방해 약 6억 파운드를 가격에 투자, 알디와의 가격매칭 전략을 전개하고 있습니다.
- 카테고리별 테스코의 '알디 프라이스 매치' 품목 수
알디 프라이스 매치 제품은 식료품과 PB 비중이 절대적으로 높습니다.
해당 제품들은 알디 가격보다 저렴하게 판매하고 있습니다.
성공적인 턴어라운드 사례로 소개한 바 있는 막스앤스펜서(Marks&Spencer) 역시 식료품 가격이 다소 비싸다는 소비자들의 인식을 불식시키기 위해 가격에 집중 투자하고 있습니다. 가격전략의 핵심은 자사 PB인 '리막서블(Remarksable)'로, 테스코와의 가격매칭을 통해 더 비싼 제품의 가격은 인하했습니다. 또한 매장에 '가격동결(Price Locked)'이라는 사이니지 부착을 통해 소비자들에게 신뢰를 얻고 있죠.
초저가 디스카운트 스토어 알디(Aldi)는 올해 7, 8월에 과일, 채소, 우유, 파스타 등 주요 식료품 130개 가격을 인하하는 데 투자했습니다. 알디, 리들과 같은 디스카운트 스토어들은 고물가 시대 소비자들의 행동이 변화하면서 가장 큰 수혜를 입은 업체들입니다. 이들은 2018~2022년 사이 빠른 매장 확장을 통해 접근성을 높이며 거의 유일하게 성장한 오프라인 채널이죠. 이 두 업체에게 유일한 성장의 걸림돌은 신규 부지 확보라는 말이 나올 정도입니다.
- 막스앤스펜서 매대에 붙은 '가격동결' 사이니지
까르푸 - 업계 최초 식품 보험 '구매력 보장제' 론칭 가입하면 형편 어려울 때 식료품 바우처 지급 |
프랑스 소매기업 까르푸(Carrefour)는 이번 달에 불황 맞춤형으로 독특한 보험을 선보였어요. 고객이 경제적인 어려움에 처해도 언제든 식료품을 구입할 수 있는 '구매력 보증(Garantie Pouvoir d'Achat)'이라는 보험입니다.
내용은 이렇습니다. 보험료로 매월 2.9~3.9유로를 내면, 실직이나 입원, 장애 등 이유로 경제력을 상실했을 때 식품 바우처와 식품 구입 수당을 받을 수 있습니다. 실직이나 심각한 장애 경우 500유로, 입원했을 경우 75~150 유로를 받는 식이에요. CNP보험과 제휴한 보험 계약에는 물가가 상승하면 보상 금액이 많게는 10%까지 자동으로 증가하는 '인플레이션 부스터' 옵션이 포함돼 있어요. 까르푸는 최악의 인플레이션으로 기본적인 식료품 해결조차 어려움을 겪는 고객들이 증가함에 따라 이러한 내용의 '식품 구매력 보장보험'을 론칭하게 되었다고 밝혔어요. 실제 설문조사 결과 프랑스 국민 35%가 식료품 구매력 보장에 관심이 있었다고 합니다. 프랑스 물가 역시 2021년부터 매달 상승해 올해 2월 6.3%로 고점을 찍은 뒤 조금씩 감소하고 있습니다. |
② 멤버십 정책 수정
'적립'보다 '즉시 할인'
고물가가 지속되고 실질소득이 하락하면 고객들은 극도의 가치소비를 지향합니다. 자연스럽게 브랜드 충성도는 낮아지죠.
지난해부터 올해 사이 글로벌 선도기업들은 브랜드 충성도 제고 수단인 멤버십 제도의 운영 전략을 수정했습니다.
수정 방향을 한 마디로 요약하면 회원 혜택의 구심점을 '적립'에서 '현장 즉시 할인'으로 옮긴 것입니다.
다시 말해, 기존에는 구매 금액별 일정 포인트를 적립해주고 추후 구매시 포인트를 현금처럼 사용할 수 있게 했다면, 변경된 제도에서는 상품을 구매하는 시점에 회원 할인가를 적용함으로써 고객들이 현장에서 멤버십 혜택을 바로 체감할 수 있도록 한 것입니다.
이는 가격에 민감해진 고객들이 '적립'보다 '즉시 할인'에 대한 니즈가 더 높아진 점을 반영한 것입니다.
클럽카드(Clubcard)라는 탄탄한 멤버십을 운영하고 있는 테스코가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영국 내 2,100만 가구와 1,400만 명 이상의 앱 사용자를 확보한 테스코 클럽카드는 식료품 분야에서 가장 크고 정교한 로열티 생태계를 갖추고 있습니다. 아마존 프라임(Amazon Prime)과 같이 제품과 서비스를 아우르는 강력한 멤버십 생태계를 구축하고 있죠.
1994년 테스코가 처음 클럽카드를 론칭했을 때, 혜택은 주로 구매금액당 포인트로 고객들에게 보상하는 방식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습니다.
그러나 올해 초 테스코는 '회원들은 더 강력한 프로모션을 원한다'며 구매금액 1파운드당 제공되는 포인트를 줄였습니다. 그리고 회원에게만 할인가로 판매하는 '클럽카드 가격(Clubcard Price)' 품목을 확대했습니다. '클럽카드 가격'이 적용되는 품목은 매대마다 사이니지가 부착돼 있습니다.
앞에서 얘기한 대로 클럽카드 가격은 '매일 저가격(Low Everyday Price)', '알디 프라이스 매치(Aldi Price Match)'와 함께 고물가 시대를 맞아 테스코가 내세운 3대 가격전략 가운데 하나입니다.
클럽카드 회원만을 위한 독점 가격 혜택을 구매시점에 제공합니다.
월마트는 지난해 자동차 연료 가격이 급격히 오를 때 자사 회원제 '월마트플러스(Walmart+)' 회원들에게 제공하는 연료 할인혜택을 두 배로 늘렸습니다.
월마트는 1갤런당 최대 10센트까지 할인혜택을 제공하고, 멤버십 생태계에 참여하는 주유소 지점도 확대했습니다. 제휴 확대로 인해 기존 약 2천 개의 월마트&머피(Walmart & Murphy) 코너에 엑손모빌(Exxon Mobil) 스테이션 1만 2천 개가 추가되면서 월마트 회원들의 선택권은 크게 늘었습니다.
지난해 미국은 40년 만에 가장 높은 인플레이션을 경험했지만, 해외진출 경험이 많은 월마트는 멕시코와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이미 유사한 상황을 겪은 바 있습니다. 경제가 어려운 시기, 자동차 연료 할인이 소비자들의 환심을 사기에 얼마나 효과적인지 알고 있었죠. 미국에서 자동차는 필수품에 가깝기 때문에 월마트의 연료 할인은 신규 회원을 유입시키는 데에도 강력한 동인이 되었습니다.
이는 'Save Money. Live Better'라는 월마트가 지향하는 브랜드 포지셔닝과도 일치하죠.
코로나팬데믹이 한창이던 2020년 9월 론칭한 월마트 플러스는 이외에도 무료 온라인 배송, 약국 할인, 독점 프로모션 등 가격할인 혜택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월마트는 고물가 시대 고객들의 연료비 부담을 줄여주기 위해 연료할인 혜택을 두 배로 늘렸습니다.
가구 및 가정용품 소매기업 이케아는 이케아 패밀리 카드(Ikea Family Card)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자사 웹사이트에 고지한대로 '패밀리'는 신혼부부, 반려동물 가족, 1인가구, 대가족 모두를 포함합니다. 이케아 역시 패밀리 회원을 대상으로 매장 방문시 무료 음료 제공과 함께 독점 할인혜택을 제공합니다.
26개 국가에 1억 2천만 명이 넘는 회원을 보유한 H&M의 멤버십은 패션 소매기업 가운데 가장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회원제일 뿐 아니라 수익 기여도도 높습니다. H&M은 회원가입 시 10%의 일회성 할인 혜택과 함께 최소 30파운드의 무료 배송 및 무료 반품 혜택을 제공합니다. 프리미엄 등급에 해당하는 플러스회원이 될 경우 플러스회원 전용 할인 혜택을 별도 제공하고 있습니다.
즉시 할인 방식은 기업 입장에서 비용부담이 더 크지만, 회원들의 카드활용 빈도가 증가하기 때문에 고객 데이터를 더 풍부하게 확보할 수 있다는 이점도 있습니다. 실제 영국 시장조사 업체 월넛서베이(Walnut survey)에 따르면 고객의 33%가 비용 절감을 위해 지난 1년간 회원카드 사용을 더 늘렸다고 답했습니다.
③ PB 취급확대
가격 낮추고 마진도 챙기는 최고의 수단
글로벌 소매업체들이 가격 경쟁력과 수익에 집중하면서 PB 취급 비중은 갈수록 확대되고 있습니다.
PB 비중 80%가 넘는 알디가 가격 통제권을 바탕으로 고물가 시대에 급성장한 배경이기도 합니다.
특히 실속 소비가 정착된 유럽 경우 PB 매출 비중이 2020년 이후 매년 증가해 현재 전체 소매 매출에서 36%를 차지하고 있습니다(그림 7 참고).
- 그림 7 : 유럽 소매업계 PB 매출 비중 추이
자료 : PLMA
주 : 일용소비재 기준
고물가 시대 PB 상품은 가격 인하, 프로모션 제안, 멤버십과 연계된 충성도 제고를 가능케 하는 장치로 활용되고 있습니다.
미국 물가가 정점을 찍었던 2022년 9월, 슈퍼마켓 크로거(Kroger)는 브랜드 통합을 포함한 과감한 PB 혁신을 단행했습니다.
기존 17개 브랜드를 헤리티지팜(Heritage Farm)과 스마트웨이(Smart Way) 두 브랜드로 줄였는데요. 치킨에 특화된 헤리티지팜을 제외하면 사실상 전 카테고리에 걸쳐 PB 브랜드는 스마트웨이 하나로 통합되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스마트웨이는 가격 가치에 중점 둔 보급형 PB로, 크로거는 지속적인 고물가 속에서 소비자들의 생활비 절감을 목표로 개발된 브랜드라고 설명했어요. 론칭 당시 주요 식료품 위주로 150개 품목이 개발됐으며, 점차 상품을 확대하고 있습니다.
프랑스 1위 소매기업 E.르끌레르(E.Leclerc) 역시 올해 4월부터 6월까지 가치형 PB인 '에코플러스(Eco+)' 1천 개 이상 제품에 대해 가격을 동결했습니다. 가격동결은 고객이 가장 많이 구입하는 품목을 대상으로 했습니다. 르끌레르는 PB '에코플러스'로 2022년에만 60만 명의 신규 고객을 확보할 수 있었으며 매출도 30% 이상 증가했다고 밝혔어요.
앞에서 테스코가 '알디 프라이스 매칭'을 통해 매장에서 직접적인 가격비교를 전개하고 있다고 말씀드렸죠.
이에 대한 맞불전략으로 알디는 PB 제품 경쟁력을 이용, 테스코를 거칠게 공격하고 있습니다. 알디 홈페이지에는 알디 PB '인스파이어드 퀴진느(Inspired Cuisine)' 라인의 6개들이 바오 빵이 테스코 매장에서 판매하는 잇슈(itsu) 브랜드의 유사 상품과 비교해 41% 저렴하다고 광고하고 있습니다.
알디는 자사 PB 상품이 테스코 유사상품보다 41% 저렴하다고 강조합니다.
④ 물가안정기에 대비
한발 앞선 수익개선 작업
소매업체들이 가격인하, 가격동결, 가격매칭이라는 강력한 가격전략을 전개했지만, 매장에서 판매되는 대부분의 식료품 가격이 인상됐거나 용량이 줄었다는 사실은 명확합니다.
문제는 내년에 식료품 인플레이션 상승률이 둔화되기 시작하면, 가격에 대한 고객들의 인식도 달라질 가능성이 높다는 점입니다. 소매업체가 물가 상승의 이득을 취한다는 비난을 피하려면 물가 하락시 판매가를 낮추고 비용을 흡수하면서도 마진을 보호할 수 있도록 대비해야 합니다.
글로벌 소매업체들은 그동안 재고관리, 매장운영, 가격 최적화, 공급망 관리 영역에서 비용절감을 위한 기술투자를 꾸준히 진행해 왔습니다. 특히 자동화 및 AI 영역의 기술 투자는 운영 효율성을 높여 비용을 줄이는 데 크게 기여하고 있습니다.
월마트는 데이터, 로봇, 공급망 등에 투자해 2026년 말까지 매장의 65%, 물류센터의 55%를 자동화함으로써 운영 비용을 20%까지 절감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좀 더 디테일한 운영방식을 통해 효율을 극대화한 기업들도 있습니다.
알디는 '효율이 본질'이라고 할 만큼 효율 지상주의 기업이죠. 상품박스 규격을 통일해 SRP(Shelf Ready Packaging) 혹은 RRP(Retail Ready Packaging) 작업을 하고, 박스째 진열함으로써 작업량을 줄이고 있죠.
'이지투리드(easy-to-read ; 간편한 판독)' 방식의 상품 바코드도 유명합니다.
알디의 PB 제품은 계산할 때 바코드를 찾기 위해 상품을 이리저리 돌려가며 두리번거릴 필요가 없습니다. 패키지의 모든 면에 바코드가 인쇄돼 있어 제품의 어느 면을 스캔해도 상관없기 때문이죠. 바코드 사이즈도 매우 커서 전체적인 계산 속도를 줄여줍니다. 알디가 다른 소매업체에 비해 훨씬 적은 인력으로 문제없이 매장을 운영하고 있는 데에는 이 같은 효율화 작업이 매장 구석구석에 적용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 패키지 여러 면에 대형 바코드가 인쇄된 알디 PB
알디 PB 제품에는 모든 면에 바코드가 인쇄돼 있고, 바코드 크기도 커서 계산대 효율이 높습니다.
내년 하반기, 고객들은
어려운 시기에 도움 준 소매업체 찾아간다
소비시장에 악재가 겹겹히 겹친 지금은 고객의 행동방식이 어떻게 달라졌는지 분석하고, 자사의 고객을 재정의하는 것이 대응전략 수립의 출발점입니다.
글로벌 소매업계 전문가들은 내년에 물가인상이 멈추면 소비자들의 구매행동이 조금씩 정상적인 패턴을 되찾으면서 생활비 위기 때 자신들의 어려운 사정을 고려해준 소매기업에 대한 충성도가 높아질 것이라고 전망합니다.
글로벌 소매기업들의 4가지 전략 속에서 고물가 시기에도 고객을 잃지 않고 오히려 충성도를 제고할 수 있는 길에 대한 힌트를 얻으시길 바랍니다.
ⓒ Retail Tal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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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12. 20ㅣ 7 min read
글 : 윤은영 책임에디터(eyyoon@korcham.net)
생활비 위기 시대,
소매기업이 고객을
잃지 않는 방법
2023년은 '생활비 위기(Crisis of Living Cost)' 이슈가 전세계 소매업계를 덮은 한 해였어요. 2022년에 이어 고물가, 고금리가 지속되며 극도로 움츠러든 소비자들의 마음을 얻기 위해 글로벌 소매업계는 고군분투하는 한 해를 보냈죠.
월마트는 미국 국민들에게 가장 절실한 연료 할인 혜택을 두 배로 늘렸고, 테스코는 '우리가 알디보다 싸다'며 자존심 버린 가격 매칭 프로모션을 대대적으로 전개했습니다. 까르푸는 예기치 못한 변수로 생활 형편이 어려워져도 최소한의 식료품은 구입할 수 있도록 보장해주는 '구매력 보장' 보험을 선보였어요.
올 한해 글로벌 선도 소매업체들은 고물가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전개한 전략들을 시도했고, 그 속에서 우리 기업들은 어떤 시사점을 얻을 수 있는지 살펴보겠습니다.
전세계는 지난해 40년 만에 최고치의 물가상승률을 경험했습니다. 2021년부터 가파르게 상승한 물가는 지난해 8.7%라는 경이적인 수치를 기록했죠. 올해는 6.9%로 다소 낮아질 전망이지만, 통상 3%대였던 수치를 감안할 때 이 역시 비정상적으로 높은 상승률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그림 1 참고).
그에 반해 글로벌 GDP 증가율은 지난해 4.1%에서 올해 5.3%로 1.2%P 상승했지만, 물가상승률에는 미치지 못합니다.
설상가상, 지난해 전세계 실질급여가 마이너스 성장하면서 본격적으로 '생활비 위기(Crisis of Living Cost)' 이슈가 글로벌 소매업계 화두로 대두됐습니다(그림 2 참고).
자료 : IMF
자료 : ILO ‘Global Wage Report’
생활비 위기는 이처럼 임금상승률에 비해 상품과 서비스 가격이 더 가파르게 상승하는 것을 말합니다. 시장조사 전문기업 입소스 조사에 따르면 2023년 8월 현재, 전세계 인구가 가장 우려하고 있는 문제는 1위 인플레이션, 2위 빈곤과 사회적 불평등, 4위 실업이었습니다(그림 3 참고). 1, 2, 4위가 모두 소득 및 지출과 관련된 문제로, 기록적인 고물가 현상으로 인해 글로벌 소비자들의 소비심리가 얼마나 위축돼 있는지 가늠할 수 있습니다.
자료 : 입소스
조사대상 : 전세계 16~74세 성인남녀 20,570명
조사기간 : 2023년 9~10월
생활비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2023년 글로벌 소비자들은 구매행동 방식을 바꿨습니다.
알디나 쉬인 같은 초저가 채널을 찾았고, 더 저렴한 제품을 선택했으며, 구매량과 빈도를 줄였습니다. 더 구체적으로는 식료품을 구입할 때 온라인 채널보다 매장을 이용했고, PB 상품 구입률이 늘었으며, 비필수재 지출과 외식을 줄였고, 친목 모임을 자제했습니다.
물가는 천정부지로 치솟고, 실질급여는 감소하고, 불확실성은 확대되는 상황에서 소비자들은 지출과 저축을 줄이고, '생계유지'라는 단기 목적에 집중했죠.
올 들어 한풀 꺾인 글로벌 인플레이션율은 내년 하반기에 안정세를 찾을 것이라는 낙관론이 우세합니다. 하지만 국내 상황은 여전히 고물가 현상이 소비시장을 지배하고 있습니다.
국가별 인플레이션률을 보면, 지난해 하반기 정점을 찍은 뒤 하락세를 보이고 있는 미국, 유럽, 영국과 달리 우리나라는 8월 이후 물가가 다시 상승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그림 4 참고).
자료 : IMF
물가상승이 지속됨에 따라 소비심리지수는 9월 이후 3개월 연속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올 한해 상품 카테고리별 판매액 현황을 보더라도, 소비자들은 이미 필수생필품 위주의 구매패턴으로 돌아섰습니다. 코로나19 종식 후의 보복소비는 길지 않았죠.
올해 들어 화장품, 가전, 가구, 차량연료 카테고리는 거의 매달 역신장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불황에도 거칠 것 없이 잘나갔던 명품시장 역시 하반기 이후 역신장세를 기록하기 시작했어요(그림 5, 6 참고).
반면 음식료품은 8월 한 달을 제외하면 모두 플러스 성장입니다. 물가인상분을 반영하면 그리 의미있는 수치는 아니지만, 구매액 자체가 감소하지 않은 몇 안되는 품목 중 하나입니다.
이렇듯 구매량과 구매빈도를 줄이는 초절약형 소비패턴은 적어도 내년 상반기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입니다.
이에 따라 소매기업들은 생활비를 아끼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소비자들을 매장으로 끌어들이기 위한 노력을 2024년에도 필사적으로 전개해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고물가 시대, 글로벌 소매기업들의 베스트 프랙티스를 통해 내년 상반기 전략을 점검해보시기 바랍니다.
자료 : 통계청 소매판매액
자료 : 산업통상자원부(백화점 기존점 명품매출 기준)
글로벌 소매업계 4가지 대응전략
① 가격 집중
초저가의 아이콘, '알디와 맞불전략'
글로벌 유통기업들이 생활비 압박에 시달리는 소비자들을 매장으로 끌어들이고 신뢰를 얻기 위해 추진한 첫 번째 전략은 가격집중입니다. 기업들의 가격집중 전략은 크게 '가격인하(Price-cutting)', '가격동결(price-freezing)' 그리고 '가격매칭(price-matching)' 3가지 방향으로 전개됐습니다.
브렉시트와 코로나 19, 고물가로 연이은 악재를 맞은 영국 소매업계는 가격투자에 가장 공격적이며, 그 선두에 영국 1위 소매기업 테스코(Tesco)가 있습니다.
테스코는 영국 식료품 시장에서 점유율 27%를 차지하고 있죠. 그만큼 테스코 가격전략이 업계에 미치는 영향도 큽니다. 2023년 3월 마감한 테스코의 연 매출액은 576억 파운드로 전년대비 5% 증가했어요. 하지만, 가격인하와 운영 효율 부문의 투자를 늘리면서 영업이익은 전년대비 6.1% 감소한 24억 9천만 파운드를 기록했죠.
테스코는 ‘고객을 위한 강력한 가치(magnetic value)’라는 목표 아래 세 가지 방향으로 가격전략을 전개하고 있습니다.
첫 번째, ‘매일 저가격(Low Everyday Prices)’은 오랜기간 테스코가 지향해온 가격정책으로 고물가 위기가 한창이던 2022년 중반, 1,600개 아이템으로 확대되었습니다.
두 번째 가격전략인 ‘클럽카드 프라이스(Clubcard Prices)’는 테스코 회원들에게만 독점 제공되는 가격혜택으로 현재 8천 개 이상 제품에 적용되고 있습니다. 2021년 론칭한 클럽카드 프라이스는 이후 경쟁 소매업체들이 연이어 벤치마킹하며 유사한 방식의 전략을 채택하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알디 프라이스 매치(Aldi Price Match)는 ‘가격매칭’에 해당하는 가격전략입니다. 말그대로 알디 판매가보다 더 낮은 가격에 판매하는 것으로 현재 500개 제품에 대해 적용하고 있습니다.
테스코 매장 곳곳에는 'Aldi Price Match' 사이니지가 설치돼 있어요. 고객들에게 자사의 가격 경쟁력을 강렬히 인지시키기 위해 기꺼이 경쟁기업의 로고를 노출시킵니다. 우리나라로 치면, 이마트 매장에 '다이소 프라이스 매치'라는 배너가 곳곳에 걸려있는 셈이죠. 테스코의 알디 프라이스 매치 품목은 식료품이 압도적으로 높은 비중을 차지합니다.
세인즈베리(Sainsbury's) 역시 테스코 전략을 모방해 약 6억 파운드를 가격에 투자, 알디와의 가격매칭 전략을 전개하고 있습니다.
알디 프라이스 매치 제품은 식료품과 PB 비중이 절대적으로 높습니다.
해당 제품들은 알디 가격보다 저렴하게 판매하고 있습니다.
성공적인 턴어라운드 사례로 소개한 바 있는 막스앤스펜서(Marks&Spencer) 역시 식료품 가격이 다소 비싸다는 소비자들의 인식을 불식시키기 위해 가격에 집중 투자하고 있습니다. 가격전략의 핵심은 자사 PB인 '리막서블(Remarksable)'로, 테스코와의 가격매칭을 통해 더 비싼 제품의 가격은 인하했습니다. 또한 매장에 '가격동결(Price Locked)'이라는 사이니지 부착을 통해 소비자들에게 신뢰를 얻고 있죠.
초저가 디스카운트 스토어 알디(Aldi)는 올해 7, 8월에 과일, 채소, 우유, 파스타 등 주요 식료품 130개 가격을 인하하는 데 투자했습니다. 알디, 리들과 같은 디스카운트 스토어들은 고물가 시대 소비자들의 행동이 변화하면서 가장 큰 수혜를 입은 업체들입니다. 이들은 2018~2022년 사이 빠른 매장 확장을 통해 접근성을 높이며 거의 유일하게 성장한 오프라인 채널이죠. 이 두 업체에게 유일한 성장의 걸림돌은 신규 부지 확보라는 말이 나올 정도입니다.
가입하면 형편 어려울 때 식료품 바우처 지급
프랑스 소매기업 까르푸(Carrefour)는 이번 달에 불황 맞춤형으로 독특한 보험을 선보였어요.
고객이 경제적인 어려움에 처해도 언제든 식료품을 구입할 수 있는 '구매력 보증(Garantie Pouvoir d'Achat)'이라는 보험입니다.
내용은 이렇습니다.
보험료로 매월 2.9~3.9유로를 내면, 실직이나 입원, 장애 등 이유로 경제력을 상실했을 때 식품 바우처와 식품 구입 수당을 받을 수 있습니다. 실직이나 심각한 장애 경우 500유로, 입원했을 경우 75~150 유로를 받는 식이에요.
CNP보험과 제휴한 보험 계약에는 물가가 상승하면 보상 금액이 많게는 10%까지 자동으로 증가하는 '인플레이션 부스터' 옵션이 포함돼 있어요.
까르푸는 최악의 인플레이션으로 기본적인 식료품 해결조차 어려움을 겪는 고객들이 증가함에 따라 이러한 내용의 '식품 구매력 보장보험'을 론칭하게 되었다고 밝혔어요. 실제 설문조사 결과 프랑스 국민 35%가 식료품 구매력 보장에 관심이 있었다고 합니다.
프랑스 물가 역시 2021년부터 매달 상승해 올해 2월 6.3%로 고점을 찍은 뒤 조금씩 감소하고 있습니다.
② 멤버십 정책 수정
'적립'보다 '즉시 할인'
고물가가 지속되고 실질소득이 하락하면 고객들은 극도의 가치소비를 지향합니다. 자연스럽게 브랜드 충성도는 낮아지죠.
지난해부터 올해 사이 글로벌 선도기업들은 브랜드 충성도 제고 수단인 멤버십 제도의 운영 전략을 수정했습니다.
수정 방향을 한 마디로 요약하면 회원 혜택의 구심점을 '적립'에서 '현장 즉시 할인'으로 옮긴 것입니다.
다시 말해, 기존에는 구매 금액별 일정 포인트를 적립해주고 추후 구매시 포인트를 현금처럼 사용할 수 있게 했다면, 변경된 제도에서는 상품을 구매하는 시점에 회원 할인가를 적용함으로써 고객들이 현장에서 멤버십 혜택을 바로 체감할 수 있도록 한 것입니다.
이는 가격에 민감해진 고객들이 '적립'보다 '즉시 할인'에 대한 니즈가 더 높아진 점을 반영한 것입니다.
클럽카드(Clubcard)라는 탄탄한 멤버십을 운영하고 있는 테스코가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영국 내 2,100만 가구와 1,400만 명 이상의 앱 사용자를 확보한 테스코 클럽카드는 식료품 분야에서 가장 크고 정교한 로열티 생태계를 갖추고 있습니다. 아마존 프라임(Amazon Prime)과 같이 제품과 서비스를 아우르는 강력한 멤버십 생태계를 구축하고 있죠.
1994년 테스코가 처음 클럽카드를 론칭했을 때, 혜택은 주로 구매금액당 포인트로 고객들에게 보상하는 방식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습니다.
그러나 올해 초 테스코는 '회원들은 더 강력한 프로모션을 원한다'며 구매금액 1파운드당 제공되는 포인트를 줄였습니다. 그리고 회원에게만 할인가로 판매하는 '클럽카드 가격(Clubcard Price)' 품목을 확대했습니다. '클럽카드 가격'이 적용되는 품목은 매대마다 사이니지가 부착돼 있습니다.
앞에서 얘기한 대로 클럽카드 가격은 '매일 저가격(Low Everyday Price)', '알디 프라이스 매치(Aldi Price Match)'와 함께 고물가 시대를 맞아 테스코가 내세운 3대 가격전략 가운데 하나입니다.
클럽카드 회원만을 위한 독점 가격 혜택을 구매시점에 제공합니다.
월마트는 지난해 자동차 연료 가격이 급격히 오를 때 자사 회원제 '월마트플러스(Walmart+)' 회원들에게 제공하는 연료 할인혜택을 두 배로 늘렸습니다.
월마트는 1갤런당 최대 10센트까지 할인혜택을 제공하고, 멤버십 생태계에 참여하는 주유소 지점도 확대했습니다. 제휴 확대로 인해 기존 약 2천 개의 월마트&머피(Walmart & Murphy) 코너에 엑손모빌(Exxon Mobil) 스테이션 1만 2천 개가 추가되면서 월마트 회원들의 선택권은 크게 늘었습니다.
지난해 미국은 40년 만에 가장 높은 인플레이션을 경험했지만, 해외진출 경험이 많은 월마트는 멕시코와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이미 유사한 상황을 겪은 바 있습니다. 경제가 어려운 시기, 자동차 연료 할인이 소비자들의 환심을 사기에 얼마나 효과적인지 알고 있었죠. 미국에서 자동차는 필수품에 가깝기 때문에 월마트의 연료 할인은 신규 회원을 유입시키는 데에도 강력한 동인이 되었습니다.
이는 'Save Money. Live Better'라는 월마트가 지향하는 브랜드 포지셔닝과도 일치하죠.
코로나팬데믹이 한창이던 2020년 9월 론칭한 월마트 플러스는 이외에도 무료 온라인 배송, 약국 할인, 독점 프로모션 등 가격할인 혜택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월마트는 고물가 시대 고객들의 연료비 부담을 줄여주기 위해 연료할인 혜택을 두 배로 늘렸습니다.
가구 및 가정용품 소매기업 이케아는 이케아 패밀리 카드(Ikea Family Card)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자사 웹사이트에 고지한대로 '패밀리'는 신혼부부, 반려동물 가족, 1인가구, 대가족 모두를 포함합니다. 이케아 역시 패밀리 회원을 대상으로 매장 방문시 무료 음료 제공과 함께 독점 할인혜택을 제공합니다.
26개 국가에 1억 2천만 명이 넘는 회원을 보유한 H&M의 멤버십은 패션 소매기업 가운데 가장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회원제일 뿐 아니라 수익 기여도도 높습니다. H&M은 회원가입 시 10%의 일회성 할인 혜택과 함께 최소 30파운드의 무료 배송 및 무료 반품 혜택을 제공합니다. 프리미엄 등급에 해당하는 플러스회원이 될 경우 플러스회원 전용 할인 혜택을 별도 제공하고 있습니다.
즉시 할인 방식은 기업 입장에서 비용부담이 더 크지만, 회원들의 카드활용 빈도가 증가하기 때문에 고객 데이터를 더 풍부하게 확보할 수 있다는 이점도 있습니다. 실제 영국 시장조사 업체 월넛서베이(Walnut survey)에 따르면 고객의 33%가 비용 절감을 위해 지난 1년간 회원카드 사용을 더 늘렸다고 답했습니다.
③ PB 취급확대
가격 낮추고 마진도 챙기는 최고의 수단
글로벌 소매업체들이 가격 경쟁력과 수익에 집중하면서 PB 취급 비중은 갈수록 확대되고 있습니다.
PB 비중 80%가 넘는 알디가 가격 통제권을 바탕으로 고물가 시대에 급성장한 배경이기도 합니다.
특히 실속 소비가 정착된 유럽 경우 PB 매출 비중이 2020년 이후 매년 증가해 현재 전체 소매 매출에서 36%를 차지하고 있습니다(그림 7 참고).
자료 : PLMA
주 : 일용소비재 기준
고물가 시대 PB 상품은 가격 인하, 프로모션 제안, 멤버십과 연계된 충성도 제고를 가능케 하는 장치로 활용되고 있습니다.
미국 물가가 정점을 찍었던 2022년 9월, 슈퍼마켓 크로거(Kroger)는 브랜드 통합을 포함한 과감한 PB 혁신을 단행했습니다.
기존 17개 브랜드를 헤리티지팜(Heritage Farm)과 스마트웨이(Smart Way) 두 브랜드로 줄였는데요. 치킨에 특화된 헤리티지팜을 제외하면 사실상 전 카테고리에 걸쳐 PB 브랜드는 스마트웨이 하나로 통합되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스마트웨이는 가격 가치에 중점 둔 보급형 PB로, 크로거는 지속적인 고물가 속에서 소비자들의 생활비 절감을 목표로 개발된 브랜드라고 설명했어요. 론칭 당시 주요 식료품 위주로 150개 품목이 개발됐으며, 점차 상품을 확대하고 있습니다.
프랑스 1위 소매기업 E.르끌레르(E.Leclerc) 역시 올해 4월부터 6월까지 가치형 PB인 '에코플러스(Eco+)' 1천 개 이상 제품에 대해 가격을 동결했습니다. 가격동결은 고객이 가장 많이 구입하는 품목을 대상으로 했습니다. 르끌레르는 PB '에코플러스'로 2022년에만 60만 명의 신규 고객을 확보할 수 있었으며 매출도 30% 이상 증가했다고 밝혔어요.
앞에서 테스코가 '알디 프라이스 매칭'을 통해 매장에서 직접적인 가격비교를 전개하고 있다고 말씀드렸죠.
이에 대한 맞불전략으로 알디는 PB 제품 경쟁력을 이용, 테스코를 거칠게 공격하고 있습니다. 알디 홈페이지에는 알디 PB '인스파이어드 퀴진느(Inspired Cuisine)' 라인의 6개들이 바오 빵이 테스코 매장에서 판매하는 잇슈(itsu) 브랜드의 유사 상품과 비교해 41% 저렴하다고 광고하고 있습니다.
알디는 자사 PB 상품이 테스코 유사상품보다 41% 저렴하다고 강조합니다.
④ 물가안정기에 대비
한발 앞선 수익개선 작업
소매업체들이 가격인하, 가격동결, 가격매칭이라는 강력한 가격전략을 전개했지만, 매장에서 판매되는 대부분의 식료품 가격이 인상됐거나 용량이 줄었다는 사실은 명확합니다.
문제는 내년에 식료품 인플레이션 상승률이 둔화되기 시작하면, 가격에 대한 고객들의 인식도 달라질 가능성이 높다는 점입니다. 소매업체가 물가 상승의 이득을 취한다는 비난을 피하려면 물가 하락시 판매가를 낮추고 비용을 흡수하면서도 마진을 보호할 수 있도록 대비해야 합니다.
글로벌 소매업체들은 그동안 재고관리, 매장운영, 가격 최적화, 공급망 관리 영역에서 비용절감을 위한 기술투자를 꾸준히 진행해 왔습니다. 특히 자동화 및 AI 영역의 기술 투자는 운영 효율성을 높여 비용을 줄이는 데 크게 기여하고 있습니다.
월마트는 데이터, 로봇, 공급망 등에 투자해 2026년 말까지 매장의 65%, 물류센터의 55%를 자동화함으로써 운영 비용을 20%까지 절감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좀 더 디테일한 운영방식을 통해 효율을 극대화한 기업들도 있습니다.
알디는 '효율이 본질'이라고 할 만큼 효율 지상주의 기업이죠. 상품박스 규격을 통일해 SRP(Shelf Ready Packaging) 혹은 RRP(Retail Ready Packaging) 작업을 하고, 박스째 진열함으로써 작업량을 줄이고 있죠.
'이지투리드(easy-to-read ; 간편한 판독)' 방식의 상품 바코드도 유명합니다.
알디의 PB 제품은 계산할 때 바코드를 찾기 위해 상품을 이리저리 돌려가며 두리번거릴 필요가 없습니다. 패키지의 모든 면에 바코드가 인쇄돼 있어 제품의 어느 면을 스캔해도 상관없기 때문이죠. 바코드 사이즈도 매우 커서 전체적인 계산 속도를 줄여줍니다. 알디가 다른 소매업체에 비해 훨씬 적은 인력으로 문제없이 매장을 운영하고 있는 데에는 이 같은 효율화 작업이 매장 구석구석에 적용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알디 PB 제품에는 모든 면에 바코드가 인쇄돼 있고, 바코드 크기도 커서 계산대 효율이 높습니다.
내년 하반기, 고객들은
어려운 시기에 도움 준 소매업체 찾아간다
소비시장에 악재가 겹겹히 겹친 지금은 고객의 행동방식이 어떻게 달라졌는지 분석하고, 자사의 고객을 재정의하는 것이 대응전략 수립의 출발점입니다.
글로벌 소매업계 전문가들은 내년에 물가인상이 멈추면 소비자들의 구매행동이 조금씩 정상적인 패턴을 되찾으면서 생활비 위기 때 자신들의 어려운 사정을 고려해준 소매기업에 대한 충성도가 높아질 것이라고 전망합니다.
글로벌 소매기업들의 4가지 전략 속에서 고물가 시기에도 고객을 잃지 않고 오히려 충성도를 제고할 수 있는 길에 대한 힌트를 얻으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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