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테일의 미래'의 저자인 황지영 미국 노스캐롤라이나대 마케팅학과 황지영 교수를 만나 미국 소매업계의 최근 동향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 Interview 미국 소매업계 동향 - 황지영 교수 |
2026. 07. 08ㅣ 7 min read글·사진 : 윤은영 리테일트렌드랩 소장(editor@retail-trend.co.kr)
“고물가가 불러온 ‘알디(Aldi) 모멘텀’,
미국 소비시장을 바꿔 놓았죠”

- '알디 모멘텀'으로 고소득층도 '가격 먼저'
- AI 시대의 핵심은 고객의 '맥락'과 '의도'
- 고객 접점 노린 AX 경쟁 본격화
최근 미국 소매업계는 관세 인상과 중동 분쟁 등 잇따른 대외 변수로 그 어느 때보다 불확실한 시기를 보내고 있습니다. 이런 변화 속에서 미국 소비자들의 소비 행태는 어떻게 달라졌고, 소매기업들은 어떤 전략으로 대응하고 있을까요. 여름방학을 맞아 한국을 찾은 『리테일의 미래』의 저자 황지영 교수를 만나 미국 소매업계의 최근 동향과 에이전트 커머스 시대를 맞아 진화하고 있는 리딩 소매기업들의 전략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한국은 얼마 만에 방문하셨나요. 오시면 주로 어떤 곳을 둘러보시나요?
한국은 소매 관점에서 배울 점이 많은 시장이라 가능하면 방학 때마다 오려고 노력하는 편이에요. 대학에서 리테일을 가르치고 있다 보니 미국은 물론이고, 유럽과 아시아 등 기회가 닿을 때마다 다양한 나라의 소매 현장을 둘러보는 편인데 저에게 가장 영감을 주는 곳은 여전히 한국이에요. 특히 성수나 삼청동처럼 한국만의 감성을 담은 작은 편집숍이나 로컬 매장들은 갈 때마다 신선한 자극을 받아요. 저는 같은 매장을 여러 번 방문하는 것도 좋아하는데 진열 방식이나 상품 구성이 계속 달라지는 걸 보면서 지금 어떤 트렌드가 만들어지고 있는지 자연스럽게 알게 되기도 해요. 작은 매장뿐 아니라 대형 플래그십 스토어들도 흥미롭게 둘러보는데요. 최근에는 성수에 위치한 젠틀몬스터의 '하우스 노웨어 서울(HAUS NOWHERE SEOUL)'이 가장 인상 깊었습니다. 단순히 제품을 판매하는 공간이 아니라 브랜드의 세계관을 하나의 경험으로 구현한 정말 독특한 매장경험이었어요.

요즘 K-웨이브 영향으로 한국제품 위상이 정말 높아졌다는 이야기가 많은데, 미국에서도 이를 체감하시나요?
제가 한류를 처음 인지하기 시작한 시점을 또렷이 기억해요. 2020년이었어요. 타깃(Target) 매장에서 쇼핑을 하고 있었는데 BTS 노래 '다이너마이트(Dynamite)'가 들리는 거예요. 미국 생활 20년 동안 처음 겪는 일이었어요. 한인마트도 아닌 미국을 대표하는 대형 유통업체에서 한국 음악이 매장 배경음악으로 흘러나온다는 사실이 당시에 너무나 신선한 충격이었죠.
이후 급속도로 한류가 확산됐고, 지금 미국에서 체감하는 한류의 영향력은 한국에서 상상하시는 수준 이상입니다. 농담처럼 "지금은 'K' 자만 붙으면 무엇이든 잘 되는 시대"라는 이야기를 할 정도죠. 제가 근무하고 있는 학교에서도 변화를 실감해요. 예전에는 한국 학생회가 말 그대로 한국 학생들만의 모임이었다면, 지금은 K팝과 K드라마, K푸드에 관심 있는 다양한 국적의 학생들이 함께 참여해요. 뿐만 아니라 미국 출판계에서도 한류를 깊이 있게 다룬 책들이 꾸준히 출간되고 있고, 대학에서는 이를 교재로 활용하는 사례도 늘고 있습니다.
한류는 이제 일시적인 유행을 넘어 미국 소비자들의 일상과 문화 속에 자연스럽게 스며든 현상이에요. 이런 문화적 호감이 앞으로 한국 브랜드가 글로벌 시장에서 성장하는 데도 큰 자산이 될 것이라고 봅니다. 한국 기업들이 지금의 기회를 더욱 적극적으로 활용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자주 합니다.
"지속되는 고물가에
고소득층도 브랜드보다 '가격'

최근 미국에 변화가 많았는데 소비자들의 소비 패턴은 어떻게 달라졌나요?
고물가가 지속되고 경기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소비자들이 전반적으로 지출을 줄이되, 자신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영역에는 선택적으로 돈을 쓰는 흐름이 강해지고 있어요. 일부 지표만 보면 물가 상승세가 완화된 것처럼 보이지만, 소비자들이 일상에서 느끼는 체감 물가는 훨씬 높죠. 외식비나 서비스 비용도 많이 올랐고, 팁 부담까지 커지면서 서민들이 외식 한 번 하기도 쉽지 않다는 이야기가 나옵니다.
그러다 보니 절약소비 패턴이 더 뚜렷해졌고 이제는 고소득층도 브랜드보다 가격대비 가치를 따지는 소비를 하기 시작했어요. 저는 이런 현상을 ‘알디 모멘텀(Aldi Momentum)’이 만들어졌다고 표현하고 싶어요. 알디는 가장 강력한 초저가 매장이잖아요. 최근 미국에서 알디 매장 수와 매출이 급속도로 늘었는데, 가장 큰 이유가 인플레이션 때문이에요. 물가가 워낙 많이 오르다 보니 고급 슈퍼마켓을 찾고, 유명 브랜드 제품을 사용했던 소비자들도 품질이 괜찮으면서 가격이 낮은 대안을 적극적으로 찾기 시작한 것이죠. 그런 소비자들 시선에는 알디가 합리적인 선택인 거예요. 게다가 알디가 최근 90억 달러를 투자해 출점을 가속화하고 매장환경을 개선하면서 쇼핑경험이 몰라보게 좋아졌어요. 실제로 가보면 예전 알디와는 분위기가 많이 달라요. 물론 진열 방식은 여전히 단순하고 효율 중심이지만, 전체적인 매장 분위기는 훨씬 깔끔하고 세련돼졌습니다. 어떤 매장은 홀푸드마켓 같은 인상을 받을 정도죠. 그런데 가격은 여전히 저렴해요. 이 조합이 지금 미국 소비자들에게 굉장히 강력하게 작동하고 있습니다.
예전에는 미국 고소득층 소비자들 사이에서 알디를 이용하거나 PB 상품을 많이 사는 것을 조금 부끄러워하는 분위기도 있었어요. 매장에서 PB 상품을 구입할 때도 다른 사람 눈에 잘 띄지 않게 쇼핑카트 구석에 담는다는 이야기까지 있었죠. 그런데 지금은 그런 분위기가 거의 사라졌습니다. 요즘 알디 주차장에 가보면 고급 승용차들이 즐비해요. 그만큼 ‘싸게 사는 것’이 더 이상 소득이 낮아서 어쩔 수 없이 하는 선택이 아니라, 합리적이고 똑똑한 소비로 받아들여지고 있죠.


그만큼 미국도 소비 양극화가 심화된 것일까요?
그렇다고 할 수 있습니다. 식료품이나 생필품은 알디와 같은 하드 디스카운트 스토어를 이용하며 최대한 저렴하게 사려는 절약 소비가 강해지고 있는 동시에 자신에게 의미 있는 경험이나 만족을 주는 영역에는 돈을 아끼지 않습니다. 이러한 소비 행태를 ‘어포더블 인덜전스(Affordable Indulgence)’라고 정의할 수 있는데요. 큰 사치를 하기는 어렵지만, 내가 감당할 수 있는 범위 안에서 나의 욕망을 충족시키고 위안을 얻는 소비를 추구하는 것을 말합니다. 고물가로 인한 생활비 부담이 커지면서 이렇듯 선택적 절약과 선택적 탐닉이 동시에 나타나고 있는 것이 미국 소비 시장의 중요한 변화라고 봅니다. 같은 맥락에서 구매 시점과 채널도 상당히 전략적으로 선택합니다. 예를 들면 식료품은 알디에서 사고, 일상용품이나 반복 구매 상품은 온라인에서 구매하는 식입니다. 또 최근 소매업체들이 대형 세일 행사를 자주 여는데요 소비자들은 이런 세일 기간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카테고리별로 여러 채널을 오가며 전체 쇼핑 비용을 줄이려 합니다. 즉, 하나의 채널에 의존하지 않고 여러 쇼핑 채널과 플랫폼을 동시에 이용하면서, 가격과 혜택, 그리고 편의성을 비교해 자신에게 가장 유리한 조합을 찾아가는 ‘멀티호밍(Multi-homing)’ 소비패턴이 갈수록 강해지고 있죠. 결국 미국 소비자들의 가치지향 소비는 단순히 가격만 따지는 소비가 아니라 가격을 포함해 품질, 편의성, 구매 시점, 채널 혜택까지 종합적으로 고려해 자신에게 가장 유리한 선택을 하는 총체적인 가치 지향 소비로 이해해야 합니다. 에이전트 커머스 시대의 소매업,
이제 명사 아닌 '동사'로 접근해야

글로벌 소매업계에서 AI와 에이전트 커머스가 가장 뜨거운 화두인데요. 실제 미국 상황이 궁금합니다.
미국 소매업계에서도 지금 가장 뜨거운 주제는 단연 AI와 에이전트 커머스입니다. 저 역시 최근 이 분야를 집중적으로 연구하고 있어요. 올해에만 관련된 주제로 이미 논문을 여러 편 발표했고, 프로젝트도 진행하고 있습니다.
에이전트 커머스 시대의 핵심은 결국 고객의 '맥락(Context)'과 '의도(Intent)'를 이해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고객이 왜 이 시점에 이 채널을 통해서 이 상품을 구매하는지, 이 제품을 구매해서 무엇을 하려는지에 대한 정보를 파악하는 것이 중요해졌죠. 상품 판매를 '명사' 아닌 '동사'로 접근해야 한다고 표현할 수 있겠네요. 에이전틱 AI 혹은 AI 에이전트는 고객의 구매 이력뿐 아니라 일정, 위치, 날씨, 재고, 가격 변화 등 다양한 외부 정보를 함께 분석해 고객의 의도와 구매 시점을 이전보다 훨씬 정교하게 예측하게 됩니다. 단순히 상품추천 수준을 넘어, 고객에게 가장 적합한 상품과 구매 시점을 판단해 실제 구매까지 대신 수행하는 역할로 발전하게 되죠. 정보를 검색하고, 여러 상품과 대안을 비교하고, 구매를 실행한 뒤 사용 결과를 분석해 다음 구매에 반영하는 것까지, 고객의 구매 여정 전반에 AI 에이전트가 관여하는 시대가 되는 것입니다. 물론 아직은 실행 과정에서 오류가 있지만 기술 발전 속도가 워낙 빠른 만큼, 앞으로 쇼핑은 '고객이 직접 모든 것을 결정하는 과정'에서 'AI가 고객을 대신해 최적의 결정을 내리는 과정'으로 점차 변화할 가능성이 큽니다. 미국 주요 소매기업들도 이러한 변화를 비즈니스에 적용하기 위해 AX(AI Transformation)를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죠.

미국 소매업계에 주목할 만한 AX 사례를 소개해 주세요.
한국기업들이 눈여겨봐야 할 사례로 저는 월마트를 꼽고 싶어요. 에이전트 커머스 시대에는 누가 고객과의 접점을 장악하느냐가 중요하기 때문에 월마트도 이 부분에 상당히 공을 들이고 있고, 다양한 영역에서 에이전틱 AI를 개발해 시험하고 있습니다. 고객용 쇼핑 에이전트인 '스파키(Sparky)'부터 직원들의 업무효율을 높여주는 ‘어소시에이트 에이전트(Associate Agent)’, 협력업체들의 입점, 주문관리, 광고 운영을 관리해주는 ‘마티(Marty)’, 개발자용 ‘디벨로퍼 에이전트(Developer Agent)’ 등 사용 대상별로 AI 에이전트를 세분화해 개발하고 있습니다. 즉, 고객 접점부터 매장 운영, 공급망, 광고, 개발 업무까지 AI 에이전트를 배치해 리테일 운영 전반을 자동화, 최적화하려는 방향으로 가고 있죠.
월마트가 선제적으로 실행하고 있는 AI 에이전트 실험은 흥미로운 시사점을 남기기도 했는데요. 월마트는 자체적으로 개발한 AI 에이전트 외에도 지난해 10월 오픈AI와 협업 프로젝트를 진행했었어요. 챗GPT 안에서 월마트 상품을 검색하고, 별도의 쇼핑몰로 이동하지 않아도 바로 결제까지 가능한 '즉시결제(Instant Checkout)' 기능을 이용하는 방식이었는데요. 이전에는 챗GPT에서 상품을 추천받더라도 실제 구매를 하려면 다시 월마트 웹사이트나 앱으로 이동해야 했지만, 이를 챗GPT 안에서 한 번에 끝낼 수 있도록 만든 것이죠. 하지만, 기대했던 만큼의 성과를 거두지는 못했어요. 추천 결과의 정확도가 떨어졌고, 구매 전환율도 낮게 나타났는데요. 이는 소비자들이 AI가 추천한 결과를 충분히 신뢰하거나 만족하지 못했다는 의미입니다.
이 사례는 에이전트 커머스의 핵심 경쟁력이 결국 데이터에 있다는 점을 보여줍니다. AI 모델 자체도 중요하지만, 실제 구매 이력과 재고, 가격, 배송 가능 여부, 프로모션처럼 실시간 데이터를 얼마나 정확하게 반영하느냐가 소비자 경험을 좌우하죠. 그런 점에서 이러한 데이터를 가장 많이 보유한 리테일러가 유리한 위치에 있어요. 앞으로 월마트 역시 외부 AI 플랫폼에 의존하기보다 자체 쇼핑 AI인 스파키를 중심으로 에이전트 커머스를 내재화하는 방향에 더욱 힘을 실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고객 데이터와 유통 데이터를 직접 연결해 더 정확한 추천과 구매 경험을 제공하는 것이 월마트가 지향하는 다음 단계라고 생각합니다.
고객의 맥락과 의도 파악이 핵심,
결국은 데이터 경쟁

에이전트 커머스 시대에 소매기업들은 무엇을 가장 고민해야 할까요?
AI는 이제 리테일뿐 아니라 거의 모든 산업에 적용되고 있고, 이제 그 흐름을 막을 수 없습니다. 앞에서 말한 대로 에이전트 커머스 시대에 중요한 것은 데이터를 통해 고객의 의도와 맥락을 파악하는 일이에요. 브랜드마다, 소매기업마다 고객이 원하는 것은 모두 다르기 때문에 우리 고객이 어떤 상황에서 무엇을 원하는지 먼저 정의하고, 그것을 수집하고 활용할 수 있는 데이터 구조를 만드는 것이 우선 해야 할 과제예요. 사실 아직 정답은 없습니다. 모두가 시행착오를 겪고 있는 과정이니까요. 그렇기 때문에 조직 안에서도 새로운 역량을 키우는 것이 중요해요. 어떤 인재를 채용할지, 기존 직원들은 어떻게 교육할 것인지, AI를 실제 업무에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 함께 이루어져야 하죠.
또 하나 중요한 것은 실행력(Execution)입니다. AI 툴을 도입하는 것과 실제 의사결정을 AI 중심으로 운영하는 것은 완전히 다른 문제죠. 데이터를 바탕으로 AI를 실제 업무에 적용하고 실행할 수 있는 조직의 역량이 앞으로 기업 경쟁력을 좌우할 것이라고 봅니다.
마지막으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거버넌스(Governance)입니다. 개인정보 보호와 기업 정보 보안, AI의 투명성과 책임성 같은 문제는 앞으로 더욱 중요해질 것으로 보여요. 최근 몇 기업 사례에서 보듯 이런 부분은 리스크가 발생하기 전에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이 책임지고 관리해야 하는 영역입니다.
결국 AI 시대에는 기술도입뿐 아니라 데이터, 조직, 실행력, 그리고 책임 있는 거버넌스까지 함께 갖춘 기업이 경쟁력을 갖게 될 것입니다.

미래 유통업계의 승자를 가르는 기준은 무엇일까요?
틱톡 사례에서 보듯, 앞으로는 콘텐츠, 커머스, 결제를 얼마나 자연스럽게 하나의 경험으로 연결하느냐가 중요한 경쟁력이 될 것으로 봅니다. 소비자들은 이제 쇼핑을 위해 별도의 플랫폼에 접속하기보다 콘텐츠를 소비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상품을 발견하고 구매하는 데 익숙해지고 있습니다. 결국 콘텐츠와 커머스, 결제를 유기적으로 연결해 고객 접점을 확보하는 기업이 유리해질 것입니다.
AI 기술 경쟁력도 빼놓을 수 없죠. 중요한 것은 AI를 단순히 도입하는 것이 아니라 조직과 업무 프로세스를 AI 중심으로 재설계하고, 직원들이 고객 경험을 높이는 업무에 집중할 수 있도록 역할을 재구성하는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가치 중심 소비와 규제 환경 변화에도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합니다. 여러 연구 결과를 보면 미국 소비자들은 여전히 가격뿐 아니라 가치와 윤리까지 함께 고려하며 소비를 결정합니다. ESG나 공급망 투명성에 대한 신뢰를 잃은 브랜드와 리테일러는 고객 이탈을 피하기 어려워질 것입니다. 여기에 중국계 플랫폼을 둘러싼 무역·데이터 규제처럼 지정학적 리스크까지 커지고 있는 만큼, 기업들은 기술 혁신뿐 아니라 변화하는 규제 환경에도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춰야 합니다.
즉, 소비자가 있는 곳에서 콘텐츠와 쇼핑, 결제를 하나의 경험으로 연결하고, AI와 사람의 역할을 효과적으로 재설계하며, 외부 파트너십과 자체 역량, 그리고 변화하는 규제 환경까지 균형 있게 대응하는 기업이 미래 경쟁력을 갖게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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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사진 : 윤은영 리테일트렌드랩 소장(editor@retail-trend.co.kr)
“고물가가 불러온 ‘알디(Aldi) 모멘텀’,
미국 소비시장을 바꿔 놓았죠”
최근 미국 소매업계는 관세 인상과 중동 분쟁 등 잇따른 대외 변수로 그 어느 때보다 불확실한 시기를 보내고 있습니다. 이런 변화 속에서 미국 소비자들의 소비 행태는 어떻게 달라졌고, 소매기업들은 어떤 전략으로 대응하고 있을까요. 여름방학을 맞아 한국을 찾은 『리테일의 미래』의 저자 황지영 교수를 만나 미국 소매업계의 최근 동향과 에이전트 커머스 시대를 맞아 진화하고 있는 리딩 소매기업들의 전략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한국은 얼마 만에 방문하셨나요. 오시면 주로 어떤 곳을 둘러보시나요?
한국은 소매 관점에서 배울 점이 많은 시장이라 가능하면 방학 때마다 오려고 노력하는 편이에요. 대학에서 리테일을 가르치고 있다 보니 미국은 물론이고, 유럽과 아시아 등 기회가 닿을 때마다 다양한 나라의 소매 현장을 둘러보는 편인데 저에게 가장 영감을 주는 곳은 여전히 한국이에요. 특히 성수나 삼청동처럼 한국만의 감성을 담은 작은 편집숍이나 로컬 매장들은 갈 때마다 신선한 자극을 받아요. 저는 같은 매장을 여러 번 방문하는 것도 좋아하는데 진열 방식이나 상품 구성이 계속 달라지는 걸 보면서 지금 어떤 트렌드가 만들어지고 있는지 자연스럽게 알게 되기도 해요. 작은 매장뿐 아니라 대형 플래그십 스토어들도 흥미롭게 둘러보는데요. 최근에는 성수에 위치한 젠틀몬스터의 '하우스 노웨어 서울(HAUS NOWHERE SEOUL)'이 가장 인상 깊었습니다. 단순히 제품을 판매하는 공간이 아니라 브랜드의 세계관을 하나의 경험으로 구현한 정말 독특한 매장경험이었어요.
요즘 K-웨이브 영향으로 한국제품 위상이 정말 높아졌다는 이야기가 많은데, 미국에서도 이를 체감하시나요?
제가 한류를 처음 인지하기 시작한 시점을 또렷이 기억해요. 2020년이었어요. 타깃(Target) 매장에서 쇼핑을 하고 있었는데 BTS 노래 '다이너마이트(Dynamite)'가 들리는 거예요. 미국 생활 20년 동안 처음 겪는 일이었어요. 한인마트도 아닌 미국을 대표하는 대형 유통업체에서 한국 음악이 매장 배경음악으로 흘러나온다는 사실이 당시에 너무나 신선한 충격이었죠.
이후 급속도로 한류가 확산됐고, 지금 미국에서 체감하는 한류의 영향력은 한국에서 상상하시는 수준 이상입니다. 농담처럼 "지금은 'K' 자만 붙으면 무엇이든 잘 되는 시대"라는 이야기를 할 정도죠. 제가 근무하고 있는 학교에서도 변화를 실감해요. 예전에는 한국 학생회가 말 그대로 한국 학생들만의 모임이었다면, 지금은 K팝과 K드라마, K푸드에 관심 있는 다양한 국적의 학생들이 함께 참여해요. 뿐만 아니라 미국 출판계에서도 한류를 깊이 있게 다룬 책들이 꾸준히 출간되고 있고, 대학에서는 이를 교재로 활용하는 사례도 늘고 있습니다.
한류는 이제 일시적인 유행을 넘어 미국 소비자들의 일상과 문화 속에 자연스럽게 스며든 현상이에요. 이런 문화적 호감이 앞으로 한국 브랜드가 글로벌 시장에서 성장하는 데도 큰 자산이 될 것이라고 봅니다. 한국 기업들이 지금의 기회를 더욱 적극적으로 활용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자주 합니다.
"지속되는 고물가에
고소득층도 브랜드보다 '가격'
최근 미국에 변화가 많았는데 소비자들의 소비 패턴은 어떻게 달라졌나요?
고물가가 지속되고 경기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소비자들이 전반적으로 지출을 줄이되, 자신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영역에는 선택적으로 돈을 쓰는 흐름이 강해지고 있어요. 일부 지표만 보면 물가 상승세가 완화된 것처럼 보이지만, 소비자들이 일상에서 느끼는 체감 물가는 훨씬 높죠. 외식비나 서비스 비용도 많이 올랐고, 팁 부담까지 커지면서 서민들이 외식 한 번 하기도 쉽지 않다는 이야기가 나옵니다.
그러다 보니 절약소비 패턴이 더 뚜렷해졌고 이제는 고소득층도 브랜드보다 가격대비 가치를 따지는 소비를 하기 시작했어요. 저는 이런 현상을 ‘알디 모멘텀(Aldi Momentum)’이 만들어졌다고 표현하고 싶어요. 알디는 가장 강력한 초저가 매장이잖아요. 최근 미국에서 알디 매장 수와 매출이 급속도로 늘었는데, 가장 큰 이유가 인플레이션 때문이에요. 물가가 워낙 많이 오르다 보니 고급 슈퍼마켓을 찾고, 유명 브랜드 제품을 사용했던 소비자들도 품질이 괜찮으면서 가격이 낮은 대안을 적극적으로 찾기 시작한 것이죠. 그런 소비자들 시선에는 알디가 합리적인 선택인 거예요. 게다가 알디가 최근 90억 달러를 투자해 출점을 가속화하고 매장환경을 개선하면서 쇼핑경험이 몰라보게 좋아졌어요. 실제로 가보면 예전 알디와는 분위기가 많이 달라요. 물론 진열 방식은 여전히 단순하고 효율 중심이지만, 전체적인 매장 분위기는 훨씬 깔끔하고 세련돼졌습니다. 어떤 매장은 홀푸드마켓 같은 인상을 받을 정도죠. 그런데 가격은 여전히 저렴해요. 이 조합이 지금 미국 소비자들에게 굉장히 강력하게 작동하고 있습니다.
예전에는 미국 고소득층 소비자들 사이에서 알디를 이용하거나 PB 상품을 많이 사는 것을 조금 부끄러워하는 분위기도 있었어요. 매장에서 PB 상품을 구입할 때도 다른 사람 눈에 잘 띄지 않게 쇼핑카트 구석에 담는다는 이야기까지 있었죠. 그런데 지금은 그런 분위기가 거의 사라졌습니다. 요즘 알디 주차장에 가보면 고급 승용차들이 즐비해요. 그만큼 ‘싸게 사는 것’이 더 이상 소득이 낮아서 어쩔 수 없이 하는 선택이 아니라, 합리적이고 똑똑한 소비로 받아들여지고 있죠.
그만큼 미국도 소비 양극화가 심화된 것일까요?
그렇다고 할 수 있습니다. 식료품이나 생필품은 알디와 같은 하드 디스카운트 스토어를 이용하며 최대한 저렴하게 사려는 절약 소비가 강해지고 있는 동시에 자신에게 의미 있는 경험이나 만족을 주는 영역에는 돈을 아끼지 않습니다. 이러한 소비 행태를 ‘어포더블 인덜전스(Affordable Indulgence)’라고 정의할 수 있는데요. 큰 사치를 하기는 어렵지만, 내가 감당할 수 있는 범위 안에서 나의 욕망을 충족시키고 위안을 얻는 소비를 추구하는 것을 말합니다. 고물가로 인한 생활비 부담이 커지면서 이렇듯 선택적 절약과 선택적 탐닉이 동시에 나타나고 있는 것이 미국 소비 시장의 중요한 변화라고 봅니다.같은 맥락에서 구매 시점과 채널도 상당히 전략적으로 선택합니다. 예를 들면 식료품은 알디에서 사고, 일상용품이나 반복 구매 상품은 온라인에서 구매하는 식입니다. 또 최근 소매업체들이 대형 세일 행사를 자주 여는데요 소비자들은 이런 세일 기간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카테고리별로 여러 채널을 오가며 전체 쇼핑 비용을 줄이려 합니다.
즉, 하나의 채널에 의존하지 않고 여러 쇼핑 채널과 플랫폼을 동시에 이용하면서, 가격과 혜택, 그리고 편의성을 비교해 자신에게 가장 유리한 조합을 찾아가는 ‘멀티호밍(Multi-homing)’ 소비패턴이 갈수록 강해지고 있죠. 결국 미국 소비자들의 가치지향 소비는 단순히 가격만 따지는 소비가 아니라 가격을 포함해 품질, 편의성, 구매 시점, 채널 혜택까지 종합적으로 고려해 자신에게 가장 유리한 선택을 하는 총체적인 가치 지향 소비로 이해해야 합니다.
초저가 매장 '알디'는 최근 매장 개선에 투자하며 쇼핑 경험을 높였습니다(사진 : 알디).
미국에서 최근 가장 부상하고 있는 새로운 유통 채널이나 소매 플랫폼은 어디인가요?
최근 성장성이나 화제성 면에서 모두 두각을 나타내는 곳은 단연 틱톡샵(TikTok Shop)입니다. 아직 한국에서는 틱톡 서비스에 쇼핑 기능이 제공되지 않지만, 미국에서는 하나의 쇼핑채널로 매우 빠르게 성장하고 있어요. 그동안 소셜 커머스는 지속적으로 성장해 왔지만, 틱톡샵은 콘텐츠와 쇼핑을 자연스럽게 연결하면서 그 확산 속도를 한 단계 더 끌어올렸다고 볼 수 있습니다. 미국 정부가 틱톡 서비스에 대한 규제를 추진하면서 서비스 지속에 대한 불확실성이 있었지만, 최종 결론이 나지 않은 사이에도 틱톡샵은 판매자와 이용자를 꾸준히 늘리며 성장세를 이어갔습니다. 소비자들은 틱톡 안에서 콘텐츠를 보고, 크리에이터와 소통하며 시간을 보내다가 자연스럽게 상품을 구매합니다. 콘텐츠 소비와 커뮤니티, 결제까지 하나의 플랫폼 안에서 모두 이루어지는 것이죠.
쇼핑이 별도의 행위가 아니라 콘텐츠 경험의 일부가 된 것인데요. 이런 변화는 소매기업들에게도 중요한 시사점을 줍니다. 이제는 자사몰만 잘 운영한다고 되는 시대가 아닙니다. 소비자들이 시간을 보내는 플랫폼 안에서 언제, 어떤 콘텐츠를 통해 구매가 일어나는지까지 전략적으로 설계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소비자 접점 자체를 틱톡샵 같은 플랫폼에 내줄 수밖에 없습니다. 특히 젊은층 사이에 크리에이터 경제와 리테일의 경계가 빠르게 허물어지고 있어요. 리테일러들의 협업 대상도 달라졌죠. 이제 개인 인플루언서와의 협업도 흔한 일이 됐잖아요? 이제는 상품만 잘 만드는 것이 아니라 어떤 크리에이터와 협업할 것인지, AI 플랫폼이나 틱톡샵 같은 새로운 접점에서 어떻게 브랜드를 노출시킬 것인지가 중요한 경쟁력이 됐어요.
에이전트 커머스 시대의 소매업,
이제 명사 아닌 '동사'로 접근해야
글로벌 소매업계에서 AI와 에이전트 커머스가 가장 뜨거운 화두인데요. 실제 미국 상황이 궁금합니다.
미국 소매업계에서도 지금 가장 뜨거운 주제는 단연 AI와 에이전트 커머스입니다. 저 역시 최근 이 분야를 집중적으로 연구하고 있어요. 올해에만 관련된 주제로 이미 논문을 여러 편 발표했고, 프로젝트도 진행하고 있습니다.
에이전트 커머스 시대의 핵심은 결국 고객의 '맥락(Context)'과 '의도(Intent)'를 이해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고객이 왜 이 시점에 이 채널을 통해서 이 상품을 구매하는지, 이 제품을 구매해서 무엇을 하려는지에 대한 정보를 파악하는 것이 중요해졌죠. 상품 판매를 '명사' 아닌 '동사'로 접근해야 한다고 표현할 수 있겠네요. 에이전틱 AI 혹은 AI 에이전트는 고객의 구매 이력뿐 아니라 일정, 위치, 날씨, 재고, 가격 변화 등 다양한 외부 정보를 함께 분석해 고객의 의도와 구매 시점을 이전보다 훨씬 정교하게 예측하게 됩니다. 단순히 상품추천 수준을 넘어, 고객에게 가장 적합한 상품과 구매 시점을 판단해 실제 구매까지 대신 수행하는 역할로 발전하게 되죠. 정보를 검색하고, 여러 상품과 대안을 비교하고, 구매를 실행한 뒤 사용 결과를 분석해 다음 구매에 반영하는 것까지, 고객의 구매 여정 전반에 AI 에이전트가 관여하는 시대가 되는 것입니다. 물론 아직은 실행 과정에서 오류가 있지만 기술 발전 속도가 워낙 빠른 만큼, 앞으로 쇼핑은 '고객이 직접 모든 것을 결정하는 과정'에서 'AI가 고객을 대신해 최적의 결정을 내리는 과정'으로 점차 변화할 가능성이 큽니다. 미국 주요 소매기업들도 이러한 변화를 비즈니스에 적용하기 위해 AX(AI Transformation)를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죠.
미국 소매업계에 주목할 만한 AX 사례를 소개해 주세요.
한국기업들이 눈여겨봐야 할 사례로 저는 월마트를 꼽고 싶어요. 에이전트 커머스 시대에는 누가 고객과의 접점을 장악하느냐가 중요하기 때문에 월마트도 이 부분에 상당히 공을 들이고 있고, 다양한 영역에서 에이전틱 AI를 개발해 시험하고 있습니다. 고객용 쇼핑 에이전트인 '스파키(Sparky)'부터 직원들의 업무효율을 높여주는 ‘어소시에이트 에이전트(Associate Agent)’, 협력업체들의 입점, 주문관리, 광고 운영을 관리해주는 ‘마티(Marty)’, 개발자용 ‘디벨로퍼 에이전트(Developer Agent)’ 등 사용 대상별로 AI 에이전트를 세분화해 개발하고 있습니다. 즉, 고객 접점부터 매장 운영, 공급망, 광고, 개발 업무까지 AI 에이전트를 배치해 리테일 운영 전반을 자동화, 최적화하려는 방향으로 가고 있죠.
월마트가 선제적으로 실행하고 있는 AI 에이전트 실험은 흥미로운 시사점을 남기기도 했는데요. 월마트는 자체적으로 개발한 AI 에이전트 외에도 지난해 10월 오픈AI와 협업 프로젝트를 진행했었어요. 챗GPT 안에서 월마트 상품을 검색하고, 별도의 쇼핑몰로 이동하지 않아도 바로 결제까지 가능한 '즉시결제(Instant Checkout)' 기능을 이용하는 방식이었는데요. 이전에는 챗GPT에서 상품을 추천받더라도 실제 구매를 하려면 다시 월마트 웹사이트나 앱으로 이동해야 했지만, 이를 챗GPT 안에서 한 번에 끝낼 수 있도록 만든 것이죠. 하지만, 기대했던 만큼의 성과를 거두지는 못했어요. 추천 결과의 정확도가 떨어졌고, 구매 전환율도 낮게 나타났는데요. 이는 소비자들이 AI가 추천한 결과를 충분히 신뢰하거나 만족하지 못했다는 의미입니다.
이 사례는 에이전트 커머스의 핵심 경쟁력이 결국 데이터에 있다는 점을 보여줍니다. AI 모델 자체도 중요하지만, 실제 구매 이력과 재고, 가격, 배송 가능 여부, 프로모션처럼 실시간 데이터를 얼마나 정확하게 반영하느냐가 소비자 경험을 좌우하죠. 그런 점에서 이러한 데이터를 가장 많이 보유한 리테일러가 유리한 위치에 있어요. 앞으로 월마트 역시 외부 AI 플랫폼에 의존하기보다 자체 쇼핑 AI인 스파키를 중심으로 에이전트 커머스를 내재화하는 방향에 더욱 힘을 실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고객 데이터와 유통 데이터를 직접 연결해 더 정확한 추천과 구매 경험을 제공하는 것이 월마트가 지향하는 다음 단계라고 생각합니다.
고객의 맥락과 의도 파악이 핵심,
결국은 데이터 경쟁
에이전트 커머스 시대에 소매기업들은 무엇을 가장 고민해야 할까요?
AI는 이제 리테일뿐 아니라 거의 모든 산업에 적용되고 있고, 이제 그 흐름을 막을 수 없습니다. 앞에서 말한 대로 에이전트 커머스 시대에 중요한 것은 데이터를 통해 고객의 의도와 맥락을 파악하는 일이에요. 브랜드마다, 소매기업마다 고객이 원하는 것은 모두 다르기 때문에 우리 고객이 어떤 상황에서 무엇을 원하는지 먼저 정의하고, 그것을 수집하고 활용할 수 있는 데이터 구조를 만드는 것이 우선 해야 할 과제예요. 사실 아직 정답은 없습니다. 모두가 시행착오를 겪고 있는 과정이니까요. 그렇기 때문에 조직 안에서도 새로운 역량을 키우는 것이 중요해요. 어떤 인재를 채용할지, 기존 직원들은 어떻게 교육할 것인지, AI를 실제 업무에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 함께 이루어져야 하죠.
또 하나 중요한 것은 실행력(Execution)입니다. AI 툴을 도입하는 것과 실제 의사결정을 AI 중심으로 운영하는 것은 완전히 다른 문제죠. 데이터를 바탕으로 AI를 실제 업무에 적용하고 실행할 수 있는 조직의 역량이 앞으로 기업 경쟁력을 좌우할 것이라고 봅니다.
마지막으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거버넌스(Governance)입니다. 개인정보 보호와 기업 정보 보안, AI의 투명성과 책임성 같은 문제는 앞으로 더욱 중요해질 것으로 보여요. 최근 몇 기업 사례에서 보듯 이런 부분은 리스크가 발생하기 전에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이 책임지고 관리해야 하는 영역입니다.
결국 AI 시대에는 기술도입뿐 아니라 데이터, 조직, 실행력, 그리고 책임 있는 거버넌스까지 함께 갖춘 기업이 경쟁력을 갖게 될 것입니다.
미래 유통업계의 승자를 가르는 기준은 무엇일까요?
틱톡 사례에서 보듯, 앞으로는 콘텐츠, 커머스, 결제를 얼마나 자연스럽게 하나의 경험으로 연결하느냐가 중요한 경쟁력이 될 것으로 봅니다. 소비자들은 이제 쇼핑을 위해 별도의 플랫폼에 접속하기보다 콘텐츠를 소비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상품을 발견하고 구매하는 데 익숙해지고 있습니다. 결국 콘텐츠와 커머스, 결제를 유기적으로 연결해 고객 접점을 확보하는 기업이 유리해질 것입니다.
AI 기술 경쟁력도 빼놓을 수 없죠. 중요한 것은 AI를 단순히 도입하는 것이 아니라 조직과 업무 프로세스를 AI 중심으로 재설계하고, 직원들이 고객 경험을 높이는 업무에 집중할 수 있도록 역할을 재구성하는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가치 중심 소비와 규제 환경 변화에도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합니다. 여러 연구 결과를 보면 미국 소비자들은 여전히 가격뿐 아니라 가치와 윤리까지 함께 고려하며 소비를 결정합니다. ESG나 공급망 투명성에 대한 신뢰를 잃은 브랜드와 리테일러는 고객 이탈을 피하기 어려워질 것입니다. 여기에 중국계 플랫폼을 둘러싼 무역·데이터 규제처럼 지정학적 리스크까지 커지고 있는 만큼, 기업들은 기술 혁신뿐 아니라 변화하는 규제 환경에도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춰야 합니다.
즉, 소비자가 있는 곳에서 콘텐츠와 쇼핑, 결제를 하나의 경험으로 연결하고, AI와 사람의 역할을 효과적으로 재설계하며, 외부 파트너십과 자체 역량, 그리고 변화하는 규제 환경까지 균형 있게 대응하는 기업이 미래 경쟁력을 갖게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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